[이 지역 이 연구]<8>충남 공주시 ‘충남역사문화연구원’

  • Array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백 제에만 갇혀있을 수 없다”
기호학파 성리학 재조명 활기

2003년 10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에서 백제 고분군을 발굴하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당시 이곳에서는 한성백제시대 공주지역 유력자의 무덤임을 입증하는 금동관과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사진 제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2003년 10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에서 백제 고분군을 발굴하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당시 이곳에서는 한성백제시대 공주지역 유력자의 무덤임을 입증하는 금동관과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사진 제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충남이라고 하면 백제를 떠올리지만 우리 지역에는 다른 역사문화 유산도 많습니다. 홍성, 서산 등을 중심으로 한 내포(內浦)지역의 역사와 논산을 중심으로 한 기호유학의 전통은 충남 정체성의 또 다른 핵심입니다.”

2일 오후 충남 공주시 금흥동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이훈 연구실장은 충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충남의 문화적 콘텐츠가 고대 역사인 백제에만 갇혀 있는 것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설립된 것은 2004년. 충남의 문화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 설립된 연구원에는 현재 연구원 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역사문화연구원의 업무는 크게 백제충청학 연구, 문화재 발굴 복원, 충남역사박물관 운영이다.

이 중 연구원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은 충남의 뿌리를 찾고 정체성을 정립할 백제충청학 연구다. 설립과 동시에 연구원은 자료조사를 통한 역사연구에 들어갔다. 지역 역사연구의 기초는 도지(道誌) 발간이라는 생각으로 연구원은 지금까지 20권의 도지를 발행해 올해 말까지 25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시군지와 읍면지의 발간도 활발히 벌여 지금까지 논산시지, 서천군지가 나왔고 공주시 계룡면지와 계룡시 두마면지, 홍성군 홍복면지가 발간됐다.

유관순-윤봉길-한용운 등 배출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도 계획


2007년 1월 향토문화전자대전의 자료 수집을 위해 충남 논산시 광석면 노강서원을 답사하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2007년 1월 향토문화전자대전의 자료 수집을 위해 충남 논산시 광석면 노강서원을 답사하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연구원들.
연구원은 충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널리 알려진 백제 연구 외에 내포지역 문화와 기호유학 연구에 역점을 두고 있다. 홍성, 서산, 당진을 중심으로 한 내포지역은 충남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내포지역은 가야산을 중심으로 충남의 서북부 지역을 의미하는데, 이곳은 한반도에서 중국과 서양문물의 유입 창구역할을 했다.

이곳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국보 84호 서산 마애삼존불, 예산 수덕사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불교가 유입되고 번성했던 지역임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 중국에 머물던 서양의 천주교 선교사들은 이 지역을 통해 밀입국했다.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 1898년 세워진 당진 합덕성당, 보령의 갈매못 순교지 등이 그 흔적들이다.

홍제연 백제충청학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공주, 논산 지역의 양반 귀족들과 달리 서민들이 주류를 이루며 지금도 외부문물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산, 회덕 등을 기반으로 한 기호유학도 충남 정신세계 바탕이다. 기호학파는 율곡 이이를 태두로 그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면서 퇴계 이황에서 비롯된 영남학파와 더불어 조선 후기 유학을 양분했다.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명재 윤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는 18세기부터 300여 년간 조선 집권세력의 중심이었다.

이 지역에는 돈암서원(논산), 성곡서원(금산), 충현서원(공주) 등이 기호학파의 유적들이 남아있지만 경북북부 지역에 비해 유물과 자료,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윤증의 후손들로부터 윤증의 초상(보물 1495호) 등 관련 유물 9000여 점을 기증받는 등 유물 기증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훈 실장은 “안동을 축으로 한 경북북부 유교문화권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체성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지역의 유교문화도 그에 못지않은 전통을 갖고 있다”고 강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지역의 독립운동사도 연구할 계획이다. 충남지역은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유관순(천안), 윤봉길(예산), 김좌진(홍성), 한용운(홍성) 등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홍제연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 연구는 중앙의 연구기관들이 맡아왔다”며 “지역의 미시사 연구가 독립 운동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