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격리’ 강한 의지 표명… 외교적 마찰 가능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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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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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효과 극대화 의도
EU선 사형포기 요구하지만
전격 집행도 배제 못해
위헌 결정난 보호감호제
부활 추진과정 논란 일 듯

조두순 만난 李법무 “반성하고 있죠”
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을 예고 없이 접견했다. 이 장관이 창살 사이로 조두순에게 수감생활에 대해 묻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 장관의 접견에 응해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조두순의 모습이 잡힌 폐쇄회로(CC)TV 화면. 독거실 안에는 성경과 최근의 김길태 씨 사건 기사가 실린 16일자 동아일보가 놓여 있다. 청송=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법무부
조두순 만난 李법무 “반성하고 있죠”
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을 예고 없이 접견했다. 이 장관이 창살 사이로 조두순에게 수감생활에 대해 묻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 장관의 접견에 응해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조두순의 모습이 잡힌 폐쇄회로(CC)TV 화면. 독거실 안에는 성경과 최근의 김길태 씨 사건 기사가 실린 16일자 동아일보가 놓여 있다. 청송=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법무부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6일 ‘교도소 중의 교도소’라고 일컬어지는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송교도소 내 사형집행 시설 설치 △흉악범 집중 격리 수용 △보호감호제도 부활 추진 방침을 내놓는 등 아동 성폭행 살해 같은 극악한 범죄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집행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 장관은 사형집행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법 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해 최근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내의 기류를 드러냈다.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을 현안의 문제로 언급한 것 자체부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12년여 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할지는 불투명하다. 사형 집행 포기를 요구해 온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한 달여 앞둔 데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라는 이름표를 떼 가면서까지 사형 집행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실제 사형 집행에 나서겠다기보다는 사형제가 갖는 강력한 범죄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1997년 12월을 끝으로 오랫동안 사형 집행이 중단된 결과 강력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사형제는 유명무실화됐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무부로서는 청송교도소에 흉악범을 비롯한 사형수들을 집중 수용하고 언제라도 사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놓음으로써 사형제가 갖는 본래의 강력범죄 억제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물론 연이어 터지는 극악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고 있어 정부가 전격적으로 사형 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법무부의 사형 집행 검토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정부의 이 같은 기류에 대해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이상혁 변호사는 “최근 잇따른 범죄로 사형제 유지와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여론에 따른 것 같다”며 “사형수의 목숨을 좌우하는 정책을 감정적 여론에 따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이 재추진 의사를 밝힌 보호감호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2005년 완전 폐지된 제도였다는 점에서 실제 추진되기까지 논란이 일 것 같다.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사회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된 보호감호제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하고 직업훈련 및 근로작업을 통해 사회 적응과 복귀를 돕는다는 취지로 형기를 마치고 다시 최장 7년간 보호감호시설에 수용되는 제도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에서 선고받은 형기보다 보호감호 기간이 더 긴 사례가 있어 이중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송교도소는 당초 1981년 ‘청송보호감호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24년간 1만3413명의 보호감호 처분을 집행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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