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하늘이 내린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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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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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의 ‘에이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의 실질적인 사령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캡틴’이란 위치. 고독하지만 꽤 잘 적응하고 있다. 더욱이 박지성에게 익숙한 런던이었기에 훨씬 든든했다.

● 배려의 리더십으로

주장 완장을 차면 180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박)지성이가 순둥이란 것은 모두 옛날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입이 무거운 듯해도 필요하다 싶으면 할 말을 다 하고, 필요한 일은 언제든 즉시 건의한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다.

월드컵 개막 직전 마지막 A매치였던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 국내에서 소집된 이들에게는 비행기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3박5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동료들을 위하는 마음씨가 빛을 발했다. 배려의 리더십이다.

그간 대부분 A매치에 소집될 때는 항상 해외파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국내파의 경우, 올 시즌 K리그 개막전을 치르자마자 소집돼 시차적응도 거의 하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박지성은 코칭스태프에게 아침 식사시간을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자유롭게 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연히 OK 사인이 나왔고, 선수들은 보다 편안하게 컨디션 사이클을 조절할 수 있었다.

물론 시차에 전혀 문제없는 박지성은 룸메이트 이청용과 가장 빨리 식사를 마쳤다.

● 여전히 수줍은 청년

그래도 천성은 속일 수 없었다. 조금은 무뚝뚝한 말투에 오해를 받을 법 하지만 여전히 수줍음이 많다. 월드컵 엔트리 중 한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음은 물론, 주전 자리까지 사실상 꿰찬 상황임에도 박지성은 자기보다 선배들이 많은 게 즐겁기만 하다.

이번 원정 평가전에 나선 멤버 중 박지성보다 나이가 많은 이는 모두 7명. 이운재 차두리 이정수 이영표 김남일 이동국 안정환 등이 80년 이전에 태어났다. 선배가 많아 부담을 덜어낸 게 박지성이 한껏 흐뭇해했던 이유다.

대표팀 관계자는 “불편함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선배들이 많다보니 부담을 덜어낸 것에 대한 홀가분함에서 편안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무 완수는 확실했다. 자신에 먼저 다가서지 못하는 후배들과 한점 허물없이 편히 지내고, 칭찬도 자주 한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안정환이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타나자 “합류가 너무 반가웠다”고 말하는 등 동료들의 사기진작에도 힘을 썼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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