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진설계율 10%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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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지진대응 능력 취약
“수도권 6.3규모 지진 발생땐 건물 1470채 붕괴 1100명 사망”

칠레 강진은 올해 1월 아이티 지진보다 강도가 500∼800배 컸음에도 사망자가 700여 명으로 아이티 사망자 23만 명보다 훨씬 적었다. 세계 지진 전문가들은 “지진 재난에 따른 사망자는 대부분 지진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건물 붕괴나 화재 등 2차 피해로 발생한다”며 “칠레가 건물 내진설계 등 지진 대응 시스템에서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지진 대응능력은 과연 어떨까. 동아일보가 1일 국내 지진 및 방재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건물의 내진설계와 사회적인 대응 시스템에 취약점이 상당히 많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아직은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사시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내진설계 비율이 건축물 10곳 중 2곳도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국 건물 가운데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은 18.1%뿐이다. 서울 시내 건물과 1∼4호선 지하철 구간의 내진설계율은 각각 9.8%, 11.0%에 그쳤다. 정길호 소방방재청 연구관은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것을 가정해 분석해 보니 건물 1470채가 무너지고 11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진에 대한 사회적 대응 시스템도 취약하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재기관의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지진이 발생하면 한국은 지금의 칠레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등 선진국은 지진 발생 이후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화재, 정전, 도로붕괴 등 ‘도미노 재난’을 신속히 중단시키고 복구하는 업무연속성계획(BCM)이 수립돼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지진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인식이 초보적인 수준”이라며 “지각판 내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지진 위험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측기록만으로 안전을 확신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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