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김정일과 동급”… 역시 축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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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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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 DB
박지성. 스포츠동아 DB
“오늘 칼링컵 결승전 소식 들었나?”

역시 허정무호의 ‘캡틴’에 쏠리는 시선은 대단했다.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영국인들과 대화를 풀어가기 위해선 축구가 소재로는 최고였다.

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위해 영국에 입성한 1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히드로 공항.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전 세계 어디나 까다롭고 무뚝뚝하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지만 영국에서 축구 얘기가 나오면 금세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진다. 여성 출입국관리소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입국심사장에서 한국 여권을 보여주자마자 흑인 여성 입국심사 담당자는 대뜸 “오늘 칼링컵 결과를 아느냐”고 물어왔다. 당황한 표정으로 “비행기를 타고 있어서 잘 모른다”고 하자 “맨유가 (애스턴) 빌라를 꺾고 우승했다”며 스코어를 알려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 맨유 우승에 박지성이 기여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A매치를 위해 입국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평가전 장소를 묻던 이 담당자는 박지성을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 솔직히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가끔 잊혀질 만 하면 국제적인 이벤트를 펼쳐 매스컴에 얼굴을 비치는 김정일과 매 주말 신문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박지성이 영국에서 한국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남북을 헷갈려 하는 것은 아쉽지만 스포츠 영웅과 정치인이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지, 또 한국을 긍정적인 면으로 세계로 알릴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었다.

기자가 “그렇다면 이청용을 아는가?”라고 묻자 예상외의 답이 나왔다. 그는 곧바로 “아 그 태극권을 혼자 연습한다는 친구?”라면서 깔깔 웃었다. 아마 태극권은 이청용의 태권도 세리머니를 오해한 듯 보였다.

하여튼 든든한 프리미어리거를 둔 덕에 공항에서 괜히 가슴이 우쭐해졌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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