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평가, 승진 급여에 반영하는 체제로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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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교원평가제 세부 시안을 공개했다. 이 시안은 교과부 산하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원평가제 정책자문위원회의의 검토를 거쳐 확정되면 3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교과부는 개정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시도 교육규칙을 제정해 교원평가제를 일단 실시할 방침이다.

교원평가제 법제화는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로 계속 표류했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2000년 시작됐으나 여야 의원들이 차일피일 법안 처리를 미뤘다. 2006년 정부가 제출했던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은 2008년 17대 국회의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도 도입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교원평가제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며 여야와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6자 협의체’를 만들었으나 7일에야 첫 회의를 가졌을 뿐이다. 여야 모두 교원단체 눈치를 보느라 이런 구실 저런 핑계를 대며 10년 가까운 세월을 허송한 것이다. 국회에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나선 것은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시안을 보면 교원평가제를 출범시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무늬만 평가’에 그친 인상을 준다. 교원들이 동료를 대상으로 상호 평가를 한다지만 2008년 교과부의 시범 평가 결과를 보면 동료 교사 평가에서 ‘우수’ 이상 비율이 92%를 차지했다. 서로 봐주는 평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교원평가에서 핵심적인 학부모 평가 역시 교사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학교 전체에 대한 평가에 그친다. 개별 교사에 대한 평가 없는 학부모 평가에 ‘학부모’를 붙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평가 결과를 인사와 급여에 연계하지 않겠다는 교과부의 방침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 교원평가제를 도입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평가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하고 있다. 교원평가를 하는 근본 취지가 교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6%의 학부모가 교원평가에 찬성했다. 온 국민이 지지하는 교원평가를 놓고 정부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반드시 승진과 급여에 반영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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