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세계의 그린 도시를 가다]<2>‘100% 에코’ 도전 영국 서튼 베드제드

동아닷컴 입력 2010-01-09 03:00수정 2010-01-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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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통풍… 30cm 방온벽… 전력사용 50%↓‘텔레토비 마을’
건물 구석구석 친환경 설계… 도시가스 사용량 81% 줄여
채소 키워 먹고 車 공동사용… 라이프스타일도 녹색형으로


영국 런던 교외 서튼 버러에 있는 생태마을 베드제드(BedZED·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 이곳은 말 그대로 ‘총체적(holistic)인’ 생태마을이다. 설계자와 운영자들은 건물구조(하드웨어)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 중앙난방 없는 건물 구조


런던 빅토리아역에서 약 20분간 교외선을 타고 핵브리지역에 내려 약 100가구가 모여 사는 베드제드타운에 들어서자 지붕 위에 나란히 늘어선 고깔모양의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바람개비 원리를 이용해 돌아가는 통풍장치가 영국 어린이 방송프로그램 텔레토비에 나오는 집을 닮았다고 해서 텔레토비 마을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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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풍장치를 빼면 평범해 보이기만 하던 건물이 어느 것 하나 그저 지어진 것이 없음을 확인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건물 밖에서는 영국에서 흔한 벽돌집으로 보였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그 벽이 단순하지 않았다. 창문이 나 있는 곳에서 눈으로 확인한 벽의 두께는 무려 30cm에 이르렀다. 자료사진에는 벽돌과 시멘트 사이에는 보온효과를 높이기 위한 석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창은 동양의 집처럼 남향으로 크게 나 있고 실내 베란다 같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안쪽과 바깥쪽에 창이 있어 온실(sunspace) 역할을 했다. 바깥 창은 특히 추운 스칸디나비아에서 수입한 3중창으로 돼 있었다. 보온효과를 극대화하는 대신 라디에이터 같은 난방시설은 두지 않았다.

베드제드타운은 특이하게도 한 건물에 가정집과 사무실이 고루 섞여 있었다. 중앙난방이 없는 이곳에서 햇볕이 안 드는 북쪽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 햇볕이 잘 드는 건물의 남쪽은 가정집으로, 북쪽은 회사 사무실로 이용하게 됐다. 사무실은 주로 낮에 사용하고 컴퓨터 등 사무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자연스럽게 데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거실에는 가까이 가면 바람소리가 들리는 통풍구가 나 있었다. 열 보존을 최대화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통풍구의 역할은 중요하다. 흔히 겨울철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집안의 더운 공기를 뺏기고 집밖의 차가운 공기를 끌어들여 열효율이 떨어지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통풍구 덕분에 문을 열고 닫지 않고도 쾌적한 공기를 유지했다.

화장실의 좌변기 물통엔 큰 버튼과 작은 버튼이 함께 붙어 있었다. 화장실이 일반 가정 물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작지만 큰 차이를 가져온다. 게다가 각 가정은 한 번 사용한 물을 재사용하기 위한 자체 정화 시설과 빗물 집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정화된 물은 수집한 빗물과 함께 다시 변기의 물로 사용된다. 친환경은 절약이다. 베드제드는 가구당 연평균 2579kWh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는 서튼 지역 전체 평균의 55% 수준이다. 이곳의 도시가스 사용량은 서튼 평균보다 81% 적다. 재활용 또는 빗물을 제외한 순수한 상수도 물 사용량도 하루 1인당 72L로 서튼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꾼다

지속가능성은 건물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건물이 친환경적이어도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할 것인지, 먹을거리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개인 선택에 달렸다. 2002년 베드제드타운에 입주한 사람들은 영국에서 전형적인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수년간 이곳에서 생활한 이후 이들의 행동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환경컨설팅기구 바이오리저널(Bioregional)은 입주 첫해에 한 명의 녹색 생활방식 담당자를 고용했다. 그의 역할은 베드제드 주민을 훈련시키고 지원하는 것이다. 영국 가정에서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먹을거리의 생산과 수송에서 나온다. 그래서 먹을거리의 이동거리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베드제드타운은 먼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수입해 오는 농산물 대신 인근 이스트서식스 주의 핸컴너서리에서 채소 과일 및 유기농 와인과 맥주를 공급받고 있다. 또 주민들은 로컬푸드시장을 활성화했고 자기 집에 딸린 정원에서 채소를 기르는 훈련도 받았다. 현재 베드제드타운의 주민 86%가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고 39%가 자기 정원에서 채소를 기른다.

영국인의 일상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3분의 1은 교통수단이 차지한다. 베드제드는 주민의 차량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영국에서 100가구가 사는 곳에는 보통 160면의 주차공간이 있는데 이곳에는 그보다 40% 적은 100면의 주차 공간만 만들었다. 주차장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는 해마다 220파운드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베드제드타운은 또 런던의 최대 카클럽 회사인 시티카클럽과 제휴해 카클럽을 만들었다. 현재 35명이 3대의 차를 공동 사용한다. 카클럽 덕분에 9명이 차량을 팔았거나 구입을 연기했다.

○ 해결해야 할 과제

베드제드타운은 온수까지도 바이오매스 보일러를 사용해 데우려 했지만 소음과 잦은 고장 등 기술적 결함으로 현재는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가 10곳에 설치돼 있지만 영국에서는 전기차가 별로 이용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주민들의 자동차 보유는 줄였지만 역설적으로 장거리 여행에 항공기를 이용하는 횟수는 영국인의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공장터를 녹색타운으로… 주변서 자재조달 CO2 줄여

■ 베드제드 만들기까지

1990년대 중반 스콜재단의 지원을 받는 환경컨설팅기구 바이오리저널은 베드제드에서 2km 떨어진 곳에 옹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기구는 자신의 환경 원칙과 합치하는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기를 원했다. 당시 환경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빌 던스터 씨는 바이오리저널의 책임자 푸란 데사이 씨를 자신의 강의에 초대했다. 데사이 씨는 던스터 씨의 강의 내용에 공감했고 두 사람은 녹색 사무실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때 베딩턴 마을의 옛 공장 터가 용지로 나왔다.

피바디트러스트재단이 합세했다. 피바디트러스트는 런던에서 빈곤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재단이다. 이 재단은 특히 임차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온벽과 태양에너지의 사용에 관심이 많았다. 피바디트러스트는 베딩턴이 런던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환경프로젝트임에 공감해 투자를 결정했다.

베드제드는 쓰레기나 버려지던 옛 공장 터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절약이었다. 게다가 이 용지는 핵브리지 기차역을 비롯해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건축자재는 최대한 인근 지역에서 구하려고 노력했다. 무거운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건축자재의 52%를 베딩턴 주변 50km 이내에서 구했다. 친환경 건물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보다 2% 정도 많았다. 그러나 베드제드는 짓자마자 임대되거나 팔렸고 현재 인근 지역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류가 북미 사람처럼 소비하면 5개의 지구 필요”

■ 바이오리저널 홍보책임자가 말하는 ‘원 플래닛 리빙’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이 지구의 생산능력 범위 안에서 어떻게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바이오리저널의 홍보책임자 필 세밍스 씨(사진)는 지난해 12월 9일 베드제드 프로젝트의 정신인 ‘원 플래닛 리빙(One Planet Living)’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 플래닛 리빙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체 인류가 서유럽 지역처럼 자원을 소비한다면 3개의 지구를 필요로 한다. 인류가 북미 사람처럼 소비한다면 무려 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전체 중국인의 평균과 같이 소비한다면 1개지만 상하이(上海)식으로 소비한다면 역시 3개가 필요하다. 지구는 1개뿐인데 3∼5개가 있는 것처럼 소비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지구라는 한계에 맞게 살면서 어떻게 잘살아볼 수 있을까 궁리해보자는 것이다.”

―인근에서 베드제드의 실험을 본받을 만한 것으로 여기나.

“그렇다. 베드제드가 속한 서튼 버러 지방정부와 우리가 최근 합의한 프로젝트가 있다. 서튼 버러 내에 100가구 정도를 뽑아 방온벽, 태양열전지판, 바이오매스 보일러를 설치하고 해당 가구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만큼 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추진하는 다른 하나의 프로젝트는 서튼 버러의 기업체와 학교를 대상으로 로컬푸드 이용을 권장하는 것이다.”

―베드제드 외에는 어디서 일을 하나.

“영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베드제드의 5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5∼40명이 일하고 있다. 영국 브라이턴의 생태마을 ‘원 브라이턴’이 지난해 여름 완공돼 170가구가 입주했다. 이곳에서는 바이오매스 보일러와 태양광전지판이 에너지 수요의 50%를 제공한다. 미국 소노마 마운틴빌리지는 약 2000가구가 들어서는 미국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로 올해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이곳 주민은 100% 태양열 에너지에 의해 생활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광저우(廣州)에 에너지 소비를 60% 이상 줄인 5000가구 규모의 마을이 건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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