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주가 오르는데 자금유입 더딘 까닭은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코스피가 3월 1,000에서 최근 1,600까지 높아졌다. 이번 강세장이 과거와 다른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철저하게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가운데 주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올해 내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이어졌다. 국내 및 해외 펀드에서 올 한 해 7조9000억 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통상 주가가 올라가면 시중 자금은 증시로 유입되는 일이 많았다. 어떤 자산의 인기도는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의 수익률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2007년이 그랬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동반 강세를 나타내면서 시중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며 강세장의 정점을 기록했던 2007년 가을에 주식형 펀드 붐은 절정을 이뤘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2009년 글로벌 증시 전반의 강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주요국의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국 일본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주식형 펀드 유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금이 유입됐다.

결국 올해 나타난 현상은 한국만 예외인 셈이다. 바닥권 대비 60% 넘게 주가가 오르는 동안 국내 자금이 주식시장을 외면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필자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2005∼2008년 시중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과도하게 유입된 데 따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주식을 좋게 기억하지 못했다. 2004년 말 당시 국내 가계가 보유한 주식형 펀드 잔액은 3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2008년 주식형 펀드 열풍으로 가계의 주식형 펀드 가입액은 120조 원대까지 늘어났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한국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95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순금융자산의 10%가 넘는 금액이 단기간에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것이다. 특히 은행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이 주식형 펀드 판매에 사실상 ‘올인(다걸기)’했다. 그 결과 2005∼2008년 한국의 주식형 펀드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작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심리적 ‘대미지’를 입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아직도 한국 가계의 주식 관련 자산 보유 비율은 낮다. 길게 보면 주식 관련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가까운 미래일 것 같지는 않다. 이래저래 이번 주식시장의 강세 사이클은 철저하게 외국인투자가에게만 의존하는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