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중퇴에 자살까지… 탈북 청소년들 “꿈이 없어요”

동아일보 입력 2009-10-28 03:00수정 2009-10-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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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시기에 남한 입국
대안학교에도 적응 못하고 부모 대신 돈벌이 나서기도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새롬반 학생들이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23일 국어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백범 김구 선생의 연설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탈북자가 공부해 봐야 이 사회에서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겠어요?”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할 때에도 허미은 씨(20·여)는 고개를 저었다. 허 씨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북한에서 배를 곯고 학교를 거르면서도 가슴속 깊이 품어왔던 꿈이다. 한국에 와 중학교에 진학할 때만 해도 그 꿈을 이루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3년이나 늦게 들어간 중학교를 2007년 졸업한 허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편의점 식당 나이트클럽 등 일해 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던 사이 틈틈이 검정고시를 준비해 대학에 가겠다던 다짐도 흐려져 갔다. 어느덧 2년이 흘렀고 이제 허 씨의 꿈은 옛말이 됐다. 그는 “공부를 포기했다”며 “그냥 내 가게나 하나 냈으면 좋겠다”고 무심히 말했다.

취재팀이 접촉한 200명 가운데 2004년 입국 당시 19세 이하(1985년 이후 출생)는 26명으로 남자 14명, 여자 12명이다. 이들은 한국의 같은 또래 청소년들보다 훨씬 가혹한 질풍노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현재 일반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은 12명이다. 이들은 대부분(3명은 13세 이상) 입국 당시 초등학생 연령 이하(12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입국 당시 사춘기였던 청소년들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하나원 수료 당시 고교에 진학할 나이였던 10명은 모두 학업을 그만두거나 탈북자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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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에서도 ‘대안’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 주변부를 맴돌았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심모 씨(20)는 올해 6월 집에서 목을 맸다. 평소 “공부도 어렵고 학교 다니기 힘들다”고 하소연해 왔다. 심 씨의 동생(18) 역시 한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했지만 적응에 실패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3년째 집에만 있다.

부모와 가족들은 청소년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가 많아 조사 대상자 26명 가운데 원래 부모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청소년은 4명에 불과했다. 새로 아버지나 어머니를 맞이했다고 답한 사람은 5명이었다.

부모들 스스로 적응이 안 된 터라 아이들을 챙겨줄 여력이 부족하다. 김현석 씨(21)의 어머니 박영민 씨(50)는 올여름 한국폴리텍대를 중퇴하고 점차 공부를 멀리하는 아들이 안타까웠지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 박 씨는 “내가 이곳 사정을 너무 몰라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한국에서 배우는 내용이 북한에서 배운 것과 다르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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