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진석]한국학 확산 없이는 노벨문학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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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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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 봉순(My Sister BongSoon)’ ‘뎀 카이저!(Dem Kaiser!)’….

17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전시장 한국관 내의 한국문학번역원 부스. 소설가 공지영 씨의 ‘봉순이 언니’ 영어 번역본과 이문열 씨의 ‘황제를 위하여!’ 독일어 번역본이 전시대 위에 놓여 있었다. 이들 외에도 외국어로 번역한 60여 종의 한국 책이 출품됐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중에는 “고은 시인의 작품집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이도 있었다. 한국문학 번역 지원을 통한 한국문학 알리기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쯤이면 한국문학, 한국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문제가 여론의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 ‘알리지 않으면 알 리가 없다’는 생각을 전제로 정부의 번역 지원 사업을 통해 우리의 문학작품을 홍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번역은 다른 나라에 문학이나 문화를 알리는 첫 단계지만 그 자체가 고난도의 작업이다.

지금 한국에는 영미권 작품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그 결과 영미 언어권 번역서는 매년 쏟아져 나온다. 그 반대 과정은 어떨까.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한국 작품을 독자적으로 번역해 영미권에 소개할 수 있는 영미 언어권의 외국인은 세 사람에 불과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다른 언어권의 상황은 더 참담하다. 현재의 번역 작업은 한국인이 그 나라 말로 옮긴 뒤 해당 국가 사람으로부터 표현의 오류를 감수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올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 주빈국인 중국은 별도로 마련한 코너에 중국을 알리는 외국 도서 2500여 종을 비치했다. 많은 책을 바탕으로 아예 도서실처럼 운영했다. 그 수많은 도서는 중국 정부가 번역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 도처에 있는 학자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관심 때문에 번역한 책들이었다. 한국학의 확산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서전이 끝날 무렵 만난 한 한국 출판업계 관계자의 냉정한 평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아프리카 문학에 관심이 없는데 노벨상 논의를 주도하는 선진국이 한국 문학에 일부러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문화의 특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한국학 보급에 힘쓰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허진석 문화부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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