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성준]부동산 정책, 공정하고 예측가능하게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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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포함해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은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실수요자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현 시점의 주택공급 지연이 2, 3년 후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고 다시 가격불안을 초래한다는 학습된 경험을 갖고 있다. 더 오를지도 모르니,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라는 무주택 세입자의 불안 심리도 커진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풍선효과가 심하고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부침도 뚜렷하다. 정부 정책의 향방이 부동산 투자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안정적인 기업 활동과 가계의 주택구매 활동이 가능하도록 확정된 방침을 속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시대에 걸맞은, 그리고 예측 가능한 원칙 제시가 절실하다.

먼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중산층 이상의 주택공급은 민간과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과거 주택이 절대 부족하던 시대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고,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집 지을 땅을 공급하고 공급가격도 제한하여 주택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심각한 공급부족 문제를 빠르게 극복했다. 지금은 정부의 역할을 저소득층과 주거 소외계층의 주택문제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소형주택과 민간택지에 공급하는 주택에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다음으로 주택 품질의 차별화와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가격규제를 줄여야 한다. 이젠 옷을 의복으로만 입지 않고, 디자인과 브랜드로 입는 시대이다.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는 디자인과 품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데 정부 정책은 싸게만 짓도록 규제한다면 시대착오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한 고가의 상품이 도태되는 시장시스템만 정착되면, 궁극적으로 생산자나 소비자나 다 만족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급과 투자에 대한 판단과 선택도 공급업체와 투자자의 몫으로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주택시장은 주거서비스 공간을 제공하는 부동산시장이면서, 동시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시장의 특징을 띤다. 이 같은 주택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정부는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룰을 집행하여 거래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불확실성만큼 나쁜 것이 없다.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시장을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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