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매번 협상하는 ‘이산가족 찔끔 상봉’ 틀 깨야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남북의 이산가족 100명씩이 추석 직전인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헤어진 혈육을 만난다. 2007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상봉이 재개돼 이산가족의 극히 일부이지만 맺힌 한(恨)을 덜게 됐다. 이번 남북 적십자회담의 합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남북 당국 간 합의라는 의미가 있지만 상봉 규모와 방식에서 과거의 틀을 답습해 기대에 못 미쳤다.

이산가족 상봉은 할 때마다 일정 장소 규모를 놓고 남북 간에 힘든 협상을 거쳤다. 북은 시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주고 뒤로 쌀이나 비료 같은 대가를 챙겼다. 이번에도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국군포로 및 납북자 상봉 추진 등을 제기했지만 북측은 외면했다. 해마다 고령의 이산가족 3000∼4000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봉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상봉도 문제를 제기한 데 만족해선 안 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9월의 이산가족 고향 방문 이후 15년간 중단됐다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개됐다. 이후 2007년 10월까지 매년 한두 차례 상봉이 이루어졌지만 대면(對面)상봉 16차례 1만6212명, 화상(畵像)상봉 7차례 3748명 등 모두 1만9960명에 그쳤다.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족상봉 참가를 신청한 사람만 12만7343명이다. 이 가운데 약 3만9000명이 사망하고 8만8000여 명이 생존해 있다. 지금 같은 방식대로라면 신청자가 모두 상봉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판이다.

금강산에 600여억 원을 들여 지은 이산가족 면회소를 통해 정례적인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 면회소 설치에 합의한 것은 2002년이지만 북의 비협조로 2005년 8월에야 착공해 지난해 7월 완공했다. 이번에도 북은 면회소를 활용한 상봉을 반대하다 막판에 반 발짝 물러서서 개별상봉은 금강산호텔 등에서 종전대로 하되 단체상봉은 면회소에서 하자는 데 동의했다. 이럴 바엔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면회소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이산가족의 고통을 좀 더 빨리 덜어주려면 정례적인 상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 번 상봉하면 재상봉은 물론이고 서신 교환조차 안 되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북은 언제까지 상봉행사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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