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지자체 통합, 해답은 ‘자리’ 아닌 국민이익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지난해 말 호쿠보(北房)와 가쓰야마(勝山) 등 일본 내 소도시들이 통합해 출범한 마니와(眞庭) 시는 광역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통합 이전에는 소도시마다 주거, 공원, 상업, 공업시설을 잘게 나눠 배치해야 했지만 통합 이후에는 더 큰 규모로 필요한 시설을 지을 수 있어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들은 과거에 사용하던 도시 명칭이나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잃게 됐지만 그 대신 더 넓어진 도로와 쾌적한 환경을 갖게 됐다. 한때 7만 개에 이르던 기초행정구역을 지난해 말까지 1773개로 통합해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2만1000여 명을 줄인 일본의 사례다.

국내에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하자는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반대 측에서는 대부분 ‘지자체 통합이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지역 독자성이 훼손된다’ 또는 ‘정치적 쇼’라고 주장한다. 통합에 따른 주민 편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경기 파주시의 대학 유치 성공, 전남 무안군의 연꽃축제처럼 지자체의 개별적 노력이 성과를 낸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활용도가 높지 않은 종합운동장이나 문예회관을 짓느라고 수백억, 수천억 원씩 들이거나 청사를 호화판으로 짓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여러 지자체가 함께 이용하는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을 짓는다면 그야말로 빅뉴스가 된다. 단일 지역 내에 짓는 것도 힘든 판에 여러 지자체가 협력해 위치를 선정하고 공동 운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자체를 통합하면 이 같은 병폐를 줄여 국민들에게 좀 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현재 거론되는 10개 지역의 통합이 성사되면 10년간 3조900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 세금으로 봉급 받는 공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통합 대상 지역 주민이 통합 찬반을 판단할 때는 ‘국민’에게 이익이 되느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통합에 따라 자리가 줄거나, 통합관청이 우리 지역에 들어서지 않아도, 혹은 통합지자체 명칭이 이웃 지역의 이름으로 바뀌어도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면 통합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자리’와 ‘내 고장 이름’을 버리고 ‘국가’나 ‘국민’을 앞세우면 일본의 사례처럼 그 이익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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