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금리 흐름이 나침반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9월 증시 전진이냐 후퇴냐

‘거의 다 왔다’ ‘아직 멀었다’. 요즘 증시에서 오가는 갑론을박의 주제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미래로 한 번 갔다 오면 속이 시원하련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동시에 금리 인하와 재정 팽창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세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요즘 합리적 가치 판단보다 그냥 추세를 보여줄 수 있는 선을 긋기 위한 30cm 막대자가 유용하다는 펀드매니저의 말이 그래서 와 닿는다. 유연한 자세로 시류를 따라가는 전략이 어떤 복잡한 이론보다도 현실적으로 쓸모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름의 판단 기준 없이 전투에 임한다는 것은 찝찝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주목해야 할 투자 나침반은 바로 금리다.

실물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세계적 금융위기가 완전 소멸되는 상황이라면 곧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 다퉈 금리를 올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시기가 다소 유보적이다. 이번 위기의 중심에 있는 미국 가계가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많은 데다 금융위기로 크게 불어난 정부 부채 또한 금리 인상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단기 유동성 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에 떠밀려 긴축을 단행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가나 모든 자산가격이 다시 한 번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물 회복보다 가격이 뻥튀기 된 자산이나 실질 수요 기반이 약한 자산이 있다면 이때 다시 한 번 혹독한 검증을 받을 것이다.

이는 각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고 출구전략을 적극 모색할 때까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금리 민감형 자산을 섣불리 비울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태도와 위험수용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법. 적극적인 위험기피형 투자자라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채권시장의 금리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정책 금리나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를 기준으로 삼는 게 좋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일어나는 물가나 금리 상승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주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재고나 설비투자에 의한 평범한 경기회복과는 달리 이번엔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경제주체들이 아직 많은 빚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금리 상승기에 세상이 그리 편안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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