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석원경]2015 한국 ‘화학올림픽’에 거는 기대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3분


국제 순수·응용화학연맹(IUPAC) 총회 및 학술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데 기초 및 응용 화학 분야의 세계 각국 학자 3000여 명이 모여 8월 첫 주에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또 국제적 규약과 표준화 등의 협의가 요구되는 문제를 토의하여 결정하고 화학 관련 분야의 발전 방향과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화학의 세계 올림픽이다.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1977년 일본 도쿄에서 IUPAC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후 1993년 중국 베이징에서 학술대회가, 2005년에는 총회와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지난해 9월 대한화학회 운영위원회는 한국 화학의 연구와 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한 단계 올리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알릴 기회로 삼고자 김명수 당시 회장(서울대 교수)을 위원장으로 IUPAC-2015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2015년 개최할 대회의 위원회를 이렇게 빨리 만든 이유는 IUPAC 개최지를 3년 전에 결정한다는 원래의 방침이 2009년부터는 5년 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IUPAC-2015 유치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한화학회 학술대회에 IUPAC 집행위원 5인을 초청해 강연을 요청했다. 또 IUPAC 회장단 회의에 참가하여 한국 개최의 장점을 강조하고 올 1월 유치 제안서를 제출했다. 다행스럽게 2015년 개최지로서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신청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승인이 될지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8월 1일 총회와 연회에 참가한 회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등 활발한 득표 작업을 벌였다. 8월 5일 열린 IUPAC 의회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학술단체, 연구소 및 산업체 현황, 젊은 과학자 및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포함한 개최 계획, 풍부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경험,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포함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어 열린 투표에서 대부분의 회원이 찬성해 2015년 개최국으로 승인됐다.

한국의 화학은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학술 및 산업계에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미국 과학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주요 국가의 화학 분야 SCI 논문 수를 보면 한국은 1995년 15위에서 2005년에는 캐나다와 호주를 제치고 11위로 상승했다. 지난해 국가별 화학분야 특허 및 논문 수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이다. 화학산업 역시 1947년 럭키화학이 설립된 이래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 2007년에는 국내총생산의 10%를 화학산업이 차지했다. 국내 화학산업의 규모는 세계 7위이며, 전 세계 화학시장의 2.8%를 차지한다. 1963년에 베트남 수준으로 평가받던 우리 화학산업의 발전은 실로 놀랍다.

경제적 수준이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현대에 2015년 IUPAC 대회의 한국 개최는 국내 화학 및 연관 분야의 연구를 한 단계 끌어 올릴 기회로 학문과 산업면에서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가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앞으로 6년간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2015년 IUPAC 대회의 국내 개최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최고 화학자들의 방문으로 후학의 연구를 진작시키고자 한다. 또 청소년에게 화학이라는 기초과학을 존중하는 문화와 과학자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느낄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개발국가에 우리의 성장을 알리는 한편 그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석원경 동국대 화학과 교수 IUPAC-2015 유치추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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