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장, 국민화합과 정치 정상화 출발점 돼야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6일간 국장(國葬)으로 치르기로 의결했다. 국장은 대통령 재임 중에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전직(前職)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른 전례가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에 기여한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국민화합의 장(場)을 마련하기 위해 국장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민주화에 대한 기여와 외환위기 극복,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회담, 노벨 평화상 수상 등 고인이 남긴 발자취를 감안하면 국장의 예를 갖출 만하다. 경건하고 엄숙한 국장을 통해 지역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의 계기가 마련된다면 지지하는 정파와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환영할 일이다.

고인이 생전에 영호남 대결로 압축되는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의 한 축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서도 그 골을 메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고인이 병상에 있을 때 화해와 용서의 계기가 마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일 병문안을 통해 1987년 야권분열 이후 계속된 반목과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화해를 공식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에서 비난했던 이 대통령도 문병을 했다. 집권시절 고인에게 고통을 주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찾아가 쾌유를 기원했다. 고인이 입원했던 37일간 정파와 이념을 떠나 수많은 정치인의 병문안이 줄을 이은 것은 화해와 통합에 목말랐던 국민에게 모처럼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정부가 공식 빈소를 국회의사당 앞마당으로 정하고, 23일 열리는 영결식을 이곳에서 거행하기로 한 것은 평생을 의회주의자로 살았던 고인의 뜻을 되새긴다는 의미가 있다. 폭력과 장외투쟁에 의존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부 정치세력은 이 같은 정신을 존중해 반(反)민주적 반의회적 구태를 즉각 청산해야 할 것이다.

지역갈등의 극복은 선진화를 위한 선결과제이다. 정치권은 이번 국장을 계기로 지역주의에 의존하던 낡은 정치를 끝내고 선진화를 향한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도 여야의 협조와 함께 크고 작은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실현 가능하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를 계기로 각계각층이 화합과 통합의 실천에 나서고 정치가 정상화된다면 국가 장래를 위해 더없이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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