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비관론 낙관론 넘어 내실 다지기 우선이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한국인이 빠르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갤럽이 주요국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6개국, 유럽 10개국, 미주 5개국, 호주 등 모두 22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작년 12월과 올해 3월, 6월에 3차례 설문 조사한 결과 자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한국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향후 3개월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한국과 일본이 70%로 영국(7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나 한국은 3월 조사에서 44%, 6월 조사에서 27%로 내려갔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6개월 사이에 비관적인 전망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 경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7월 경기선행지수가 외환위기 이후보다 더 급속히 올라가고, 올 1∼4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위에서 10위로 뛰었다. 기업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04.78%, 순이익이 무려 746.26% 늘어날 정도로 실적이 좋아졌다. 해외에서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경제 회복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이 춤추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경제 체질과 기업 경쟁력이 강화된 덕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과 원화가치 하락,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은 바도 적지 않다. 세계 경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내년 이후 다시 침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비관론과 낙관론에 울고 웃기보다는 견실한 회복세를 다질 때까지 꾸준한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약효가 떨어지면 회복세는 약화되고 경기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이나 1990년대 초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미국 경제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이중침체(더블딥)를 경험한 적도 있다.

우리도 재정 사정이 나빠져 올 상반기와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기 어렵다. 올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대신해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고용이 늘어 내수 기반이 확대돼야만 경기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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