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使를 함께 수렁에 빠뜨리는 민노총·민노당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쌍용자동차를 사랑하는 아내의 모임’ 회원 20여 명은 그제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국회로 돌아가 달라”고 하소연했다. “우리 남편 회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부세력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76일 동안의 불법 점거 농성은 끝났지만 공장은 만신창이가 되고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과격 농성 근로자들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데다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의 배후에서 파업을 부추겼던 민주노총과 민노당 사람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상처는 고스란히 쌍용차 노사의 몫이다. 처음부터 파업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농성을 일찍 끝내고 공생의 길을 찾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노총 민노당 같은 외부세력의 훈수에 넘어가 무모한 파업에 돌입했고 타협을 거부하며 농성이 과격화 장기화함으로써 이제는 회생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농성장에서 나온 쌍용차 근로자들은 “8월 말까지 버티면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리해고 안하고 무급휴직 쪽으로 갈 것”이라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의 말에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민노당 의원들도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며 책임이라도 질듯이 행세했지만 근로자들은 속았다. 민노총과 민노당은 노조의 강성투쟁을 부추겨 노사를 수렁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이런 민노총의 강경 투쟁노선에 염증을 느낀 개별 노조들은 민노총을 잇달아 탈퇴하고 있다. 올 들어 KT 노조를 비롯해 16개 노조가 민노총을 벗어났고, 다른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채 독립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 노조는 대부분 과거에는 투쟁적 노동운동을 벌였으나 이제 노사 협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들이 독립 노조의 길을 택한 것은 민노총의 지시대로 폭력 투쟁을 벌인다고 해서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사의 공멸이 기다릴 뿐이다. 아무리 잘 조직된 노조가 있어도 회사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책임한 외부세력을 믿고 불법 파업을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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