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에 부담과 혼란 안기는 ‘비정규직 대책’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비정규직법 유예안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그제 “기업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은 정규직 전환법이 아니다’며 비정규직법의 개정을 거듭 주장해왔던 정부의 노동 정책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정규직 전환 독려’로 180도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정책 기조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업과 비정규직 당사자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존의 시행 유예안과는 다른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계약기간 규정을 철폐하고 300인 이하 기업에 대해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정규직 전환 의무비율을 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약기간 철폐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채용 조건을 까다롭게 할수록 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마저 꺼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일자리만 줄어들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원점 재검토’라면서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인 기업의 고용 여건을 얼마나 살펴보았는지 궁금하다. 노동계 눈치 보기나 야당과의 정략적 경쟁을 의식해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노동법규를 또다시 강요해선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고 한 말은 옳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고용을 어렵게 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의 고용과 해고 유연성을 높이고 비정규직의 기간 제한을 폐지하거나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내놓는다는 지원책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정부는 사회보험료와 법인세 감면 등 지원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그 정도 지원금을 받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는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기업 부담이 더 클 뿐만 아니라 지원금도 결국은 나중에 기업이 부담할 몫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은 지원금을 못 받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이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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