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칼럼]무엇이 우리를 하나 되게 할 것인가

입력 2009-07-09 03:00수정 2009-09-2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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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위기설이 과장이었음이 증명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나마 올라가는 현상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이라는 개인에 대한 선호 여부에 상관없이 그는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중책을 맡은 사람이고 그가 잘해야 국민의 복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관리 원칙-우선순위 분명히

하지만 지지도의 상승기류란 결코 믿을 것은 못 된다. 대내외적 여건은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던 때와는 달리 국민 대다수가 성취감보다는 불안과 좌절을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돼 있고 민심이란 하룻밤 사이에도 훌쩍 뒤집힐 수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 일각에는 정부나 여당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결코 좋게 보지 못하고 헐뜯으며 자기들이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나라를 둘로 쪼개는 일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폐쇄된 마음 자세를 가진 세력이 형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서 대통령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모든 문제에 대한 처방을 한꺼번에 쉽게 내릴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국정관리의 원칙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문제 하나하나를 국민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다. 국민은 국정의 민활한 운영보다 자신의 권력 기반 다지기를 앞세우는 일부 국회의원보다는 높은 도덕적 정치적 성숙도를 지니고 있다. 자세만 진지하다면 정부나 국회에 일을 맡기는 편이 국민의 대표임을 자칭하는 온갖 집단이 참여정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일보다 바람직하다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 의식도 지니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난 60년간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으며 북한에 수립된 공산주의 형제국에 맞서 국민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 수 있도록 고안된 이 나라의 헌법체제를 수호하는 일이었다. 피눈물 나는 노력과 투쟁, 그리고 많은 억울한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잘사는 나라 축에 속하게 됐고 삶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졌다. 새 세대에게는 옛날 고생하던 이야기가 구세대의 듣기 싫은 공치사로 들릴 정도가 됐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성취한 경제적 정치적 성과란 아직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지 않고,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위협도 사라지지 않았다.

우선 복지의 하한선 끌어올려야

정부가 가장 주력할 일이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경제 살리기이다. 그러나 국민적 통합을 이룩하기 위해 더 중요한 일은 복지의 하한선을 구축하고 이를 높여 가는 방식으로 약자 집단을 모두 끌어안음으로써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유리함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최근에 발표된 최저임금 상향조정도 그 일환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노약자 복지 시설을 선진국 수준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문제는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않아서 실제 복지의 하한선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노약자도 실업자도 굶지 않고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받고 아이들은 누구나 학교에 갈 수 있게 보장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세금은 여유 있는 계층이 내야 마땅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노동자나 세입자 문제도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하락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며 사회 양극화가 아닌 상생의 구호를 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 중에서 또 하나의 축은 국민에게 공통으로 직면한 위협에 대한 의식의 촉구이다. 전 지구를 강타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문제가 급격한 사회 고령화 현상을 겪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코앞에 닥친 문제라는 인식을 고취하고 대안 마련에 동참을 촉구하는 노력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더 미룰 수 없는 일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 촉구이다. 6·15공동선언 이래 대북 경계의식이 극도로 해이해졌지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가 북한 핵과 미사일의 포로가 됐으며 핵 아니고도 북한은 우리에게 큰 짐임을 부정할 수 없다. 평화를 지키는 일이 지상의 과제이므로 우리는 힘을 갖고 국민적으로 결속해야 한다. 이는 이념이나 민족을 초월하는 인간 생존의 문제임을 다시 자각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제구실을 하려면 지엽적인 정치적 문제로 사투를 벌이지 말고 복지의 하한선을 어떻게 구축하고, 국가안보와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며, 환경파괴 자원고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 한다.

이인호 KAIST 김보정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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