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MSN 편, 감미로운 변신술 뚱녀에서 미녀로

  • 입력 2000년 11월 2일 15시 29분


MSN 광고가 눈길을 끈다. 눈 깜짝할 사이 뚱뚱한 여자가 날씬하고 예쁜 여자로 둔갑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처럼 재주넘은 것도 아니고 물줄기 세례를 받았을 뿐인데.

광고 시~작. 거대한 몸집의 헤비급 여자가 목욕 타월만 살짝 걸치고 샤워실로 들어선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두툼한 몸집이 한발 내딛을 때마다 출렁출렁. 이 하마 같은 몸의 주인공은 신인 모델 박춘성.

샤워기 아래 도착한 그녀가 갑자기 시청자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돌아본 그녀는 뚱뚱한 몸에 버금가는 '뚱'한 표정. TV화면을 응시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당황스럽기까지하다. 그 몸집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몰라서 민망하고, 샤워장에서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하기 때문. 자, 이제 샤워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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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에서 솨아아~ 물줄기가 쏟아진다. 오옷, 그런데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 물줄기를 받은 그녀의 살갗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흘러내린다. 그러더니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 가녀린 어깨선을 살짝 내비치는 행복한 표정의 미녀.

뚱녀 박춘성은 온데간데 없고 날씬하고 예쁜 신민아로 대변신. 신민아의 뽀송뽀송한 얼굴에 흐뭇한 웃음꽃이 살짝 피더니 기쁨의 눈물 한방울이 또르륵 떨어진다. 이때 조용히 읊조리는 문구.

"필요 없는 사이트는 다 버렸다. MSN 하나면 돼"

이 한마디. '알짜배기' 사이트라는 컨셉이 파박 와닿는다. 게다가 샤워장이라는 은밀한 장소, 물세례로 살갗이 흘러내리는 독특한 설정은 요즘 유행하는 특급코드 '엽기'와도 통한다.

하지만 설정은 엽기적인 반면, 분위기는 느리고 평화로운 감성을 전달한다. 물줄기와 거품,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의 조화는 청량감이 느껴지고 보는 사람조차 감미로운 영상언어에 빠져 한바탕 샤워하는 기분이다.

또 재미있는건 이 광고가 은근히 종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는 것. 알몸의 여인. 몸에 뿌리는 물. 눈물. 엄숙한 분위기의 음악. 이 재료의 조합은 종교적인 세례를 연상시킨다. MSN이라는 신흥 종교가 시청자에게 세례의 물줄기를 뿌리며 포교하고 있는 셈.

그러나 MSN은 컨셉과 분위기의 완성도 높은 궁합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난 여성비하가 그것. 뚱뚱한 살집이 곧 불필요한 사이트라는 기본설정과, 뚱한 표정으로 출렁거리며 걷는 여체의 클로즈업에선 조롱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예쁘고 날씬해야 행복하다는 선입견만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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