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무조건 나만 옳다 생각하나요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보고싶은 것만 보는 건 아닌지…

사람들은 미국 애플 아이폰의 성공에서 ‘개방의 위대함’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온라인 장터의 문호를 개방한 앱스토어 전략이 들어맞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애플은 사실 이럴 의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폐쇄적인 모델을 선호하는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에 매혹된 소비자들이 해킹을 해서라도 다른 콘텐츠를 넣으려 하는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방을 선택한 것입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 회장을 보면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남의 의견을 존중하기는커녕 ‘의견이 다른 직원은 자르면 된다’며 독선을 휘두르는 괴팍한 지도자입니다. 그를 따라 배우라니. 경영교과서가 말하는 배려와 협업의 리더십은 모두 어찌해야 하나요.

그런데도 ‘애플의 교훈’을 떠받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게 어떤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한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얘기를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들을 얘기를 가지고 온다”며 이런 속성을 꼬집었습니다. 요즘은 비단 특정 직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들을 이야기를 가지고 다니는 불통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판단 기준인 상식이 절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옛 중국의 한 백과사전에 나오는 동물 분류는 지금처럼 포유류, 양서류 등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신 황제에 속하는 동물, 인어, 주인 없는 개, 셀 수 없는 동물, 멀리서 볼 때 파리같이 보이는 동물 등으로 나눴습니다. 상식은 오히려 (자의적으로 규정한) 비상식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저서에서 고대 이집트인이 만든 스핑크스의 코를 기독교인이 깨뜨리고, 기독교인이 만든 문화유산을 이슬람교도가 불태우는 역사의 악순환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폭력성은 ‘상식의 숙성 기간’이 과거보다 훨씬 짧아진 요즘 들어 더욱 심각합니다. 이성에 감성이 입혀지고 잘못된 팩트(사실)까지 더해졌을 때 상식의 폭력성은 더욱 커집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에 대해 두 개의 상식이 있습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과 ‘가장 나쁜 악(巨惡)’. 둘 사이의 어디쯤에 진실이 놓여 있는 것일까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상대방의 상식을 비상식이라 말하지 않고, 또 다른 상식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짜 나쁜 놈은 무조건 나만 좋은 편이고 상대방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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