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생이던 1993년 8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유럽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한 달짜리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도중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인사를 할 때마다 서글퍼졌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런 국가가 있느냐” 혹은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16년이 지난 2009년 3월, 우라늄 탄광을 취재하기 위해 아프리카 중부 니제르를 방문했습니다. 2006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3달러(약 35만 원)일 정도로 니제르는 가난한 국가입니다. 거리에 신호등이 없고, 차가 멈춰 서면 각종 노점상과 거지가 몰려듭니다.
호텔 종업원과 공무원 대여섯 명에게 “한국을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안다. 전자제품을 잘 만들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니제르에서 줄곧 자란 한 사업가는 “한국 하면 ‘태권도, 올림픽, 삼성, LG’ 등이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더니 ‘SAMSUNG’이라고 찍힌 로고를 보여 주며 씩 웃었습니다. 홍콩 출신으로 니제르에서 광물 관련 사업을 하는 한 비즈니스맨은 “1973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같은 국가인지 믿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봐 온 나로선 한국을 존경한다”고 말하더군요.
한국의 위상이 변했습니다. ‘이름 모를 국가’에서 ‘전자 및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바뀌었습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 국민들이 한국을 잘 알 정도니까요.
박형준 산업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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