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세균 대표의 180도 변신이 놀랍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노무현 정부 3년차이던 2005년 2월 17대 국회 때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고 반영돼야 하지만 다수결의 원리는 물리력에 의해 부정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의회주의가 실천되고 책임정치가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의장일 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다수결 원칙에 승복해야 하는 것이 의회주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당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18대 국회 들어 그의 의회주의관(觀)은 180도 달라졌다. 그는 민주당의 6월 임시국회 등원 거부와 관련해 “여당은 다수결에 집착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야당의 의견을 반영하는 의회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개회 움직임에 대해서는 “과도한 의석을 가진 여당이 의회주의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경쟁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투쟁의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놀라운 변신을 한 것은 정 대표만이 아니다. 2004년 12월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소수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소수가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도 의회주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5대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 등원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심지어 초·재선 의원 18명은 국회법에 근거한 한나라당의 국회 개회를 저지하기 위해 어제 국회 중앙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소수가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 의회주의가 아니라고 말하던 천 의원 같은 민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숨었나.

다수 여당에서 소수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것뿐인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의회주의에 대한 민주당의 소신이 달라진 이유를 우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 일에 조건을 다는 정당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이대로라면 문을 열더라도 6개월 전의 폭력 국회가 재연될 게 뻔하다. 지금의 민주당에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때 정 의장이나 천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국회를 운영하면 된다. 야당의 억지에 끌려다닐 일이 아니라, 의회주의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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