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탄공사 비리, 감사원과 지식경제부 책임도 크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공기업인 석탄공사 노사는 편법으로 임금을 올려 보건관리비 명목으로 지난해 12억7000만 원, 올해 2월 말까지 1억9000만 원을 지급했다. 근거 없이 정년퇴직자와 산재 사망자에게 1인당 평균 8600만 원의 공로금을 줬고, 5년간 435억 원을 더 줄 계획이었다. 노조위원장의 형이 19년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국광산노조연맹 소유 건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고도 정부에 허위 보고했다. 노조위원장의 동생은 석탄공사와 담합입찰을 했다가 적발됐다.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현금할인(카드깡)해 회식비 경조사비로 썼다. 석탄공사는 온갖 공기업 비리의 백화점이었다.

석탄공사 노사의 탈법 불법 행위를 보면 이런 공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자본금 4500억 원을 출자한 석탄공사는 지난 20년 이상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이미 15년 전 자본금을 완전히 다 까먹고도 모자라 약 1조30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작년에만 1324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감사원과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이런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을 제대로 관리 감독했어야 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노사 합작 비리를 장기간 방치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석탄공사 노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을 쏟아 부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석탄공사 노사가 몇 년 동안이나 허위보고를 했는데도 그대로 넘어갔다면 직무유기가 아닌가.

감사원은 보건관리비와 공로금 지급을 중단시키고 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했으나 이 정도 조치로는 미흡하다. 검찰 고발과 함께 불법 지급된 돈을 당장 환수하고 석탄공사에 보조금을 계속 줄 필요가 있는지도 근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1년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모 씨는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원도 태백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여당 후보라는 점을 이용해 이런 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석탄공사와 같은 공기업 노사 비리는 집권 10년간 노조를 비호했던 좌파 정권의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석탄공사 전현직 임원이 거의 정권의 낙하산이었다. 이 정부는 제2의 석탄공사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기업 현장을 철저히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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