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스트레스는 내 운명”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프로농구 감독들이 코트를 떠나 골프장에서 실력을 겨뤘다. 비시즌을 맞아 한국농구연맹 전육 총재의 주선으로 4일 수원 태광CC에서 친선 라운드를 했다. 시즌 종료 후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감독들은 KCC 허재 감독에게 안부를 묻느라 바빴다. 지난 주말 허 감독이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대장 용종의 크기가 커 제거 수술을 받느라 입원까지 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누워 있어 보기는 태어날 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48시간 동안 물 한 잔도 들이켤 수 없었다.” 평소 병원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었던 허 감독이었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늘 어두침침한 코트에만 머물다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며 기분 전환을 한 감독들에게 이날 화제는 자연스럽게 건강이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면서 다들 몸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기 마련. 새롭게 KT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은 한때 가슴이 답답하고 뒷목이 뻐근해지는 증세가 찾아와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웬만한 검사를 다 받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세심한 성격에 시즌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얘기에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처음으로 보약도 먹었다.

감독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운명처럼 여기며 맞서기도 한다. 당뇨 증세를 보이고 있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술을 마시기 위해 러닝머신(트레드밀)에 오른다”고 말한다. 가슴에 맺힌 것을 풀려면 술이라도 들이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운동을 해야 버틴다는 것이다.

당초 예정보다 일찍 퇴원한 허 감독은 며칠 동안 죽으로 허기를 달래다 3일 다시 소주잔에 입을 댔다. 그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남자 농구 대표팀 회식 자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였다. 허 감독은 절친한 후배인 강동희가 동부 감독에 부임하자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로 첫 시즌을 마친 LG 강을준 감독은 “선배 감독님들 정말 대단하다. 수명이 몇 년 단축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평균 연봉이 2억8200만 원에 이르는 프로농구 감독.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는 말 못할 애환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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