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득 의원 ‘2선 후퇴’ 늦었지만 변치 말아야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사실상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는 포항 지역구 의원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 한일의원연맹회장으로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할 것”이라며 “당과 당무, 정치 현안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말들이 많아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 의원은 평소 “동생은 동생이고, 나는 나”라며 자신과 이 대통령을 연결짓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그는 6선(選) 의원이라는 정치 경력으로 국회의장이 될 수도 있었으나 동생 때문에 못됐으니 오히려 불이익을 받은 측면도 있다. 당내에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화합을 위해 나름대로 애쓴 것도 사실이다. 억울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 뒷전으로 물러나는 게 옳았다. 그것이 대통령 형으로서의 숙명임을 진즉 인정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가만히 있어도 힘이 생기고, 권력을 좇는 부나방들이 끊임없이 달라붙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만 봐도 그렇다. 고향에서 무관(無冠)으로 지낸 건평 씨가 그렇게 막강했을진대 정치적 경력과 비중이 남다른 이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인사 개입과 정파적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 최근만 하더라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인사 로비, 4·29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의 잡음, 당 원내대표 경선 간여 논란 등에서 이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 의원 측근들이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등의 요직에 포진하고, 한나라당 대표와 1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이 결정되는 데 이 의원이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 헛말만은 아닌 것이다.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권력을 행사하면 반드시 사달이 나고 뒤끝이 좋지 않다는 건 한국 현대사의 쓰라린 경험이다. 본인의 신세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에게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준다. 이 의원은 동생이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 지금의 결심을 실천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이 대통령도 ‘형님’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국정을 좀 더 마음 편하게 펼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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