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규한]한국연구재단, 지식-창조의 ‘엔진’되길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한국의 대표적 연구지원 기관인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대통령 업무보고 시 공공기관 선진화 차원의 통합방침을 보고한 후 올해 3월 한국연구재단법을 공포하고 한국연구재단설립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연구재단(이하 재단)은 법이 발효되는 6월 26일 출범할 예정이다.

3개 기관의 통합은 단순히 연구지원 체제를 일원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 변동 추세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의 연구와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19세기 산업화의 견인차가 증기엔진이었고 20세기 산업사회 성장의 동력이 전기엔진이었다면 21세기 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힘은 사람의 지적(知的) 능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재단은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상상과 창조의 지적 동력(intellectual engine)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재단은 특히 여섯 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미래사회 변동의 추세와 연구 환경 변화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연구지원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기초학문 분야나 원천기술 연구는 시대를 넘어 언제나 중요하지만 특히 신생 연구 분야의 의미와 중요성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21세기는 글로벌화와 통합의 시대이며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제도의 대부분이 상이한 지식 또는 영역의 융합에서 창출된다. 융합 또는 복합 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은 물론이고 상이한 영역이나 지역의 연구자를 네트워킹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적 동력 창출의 핵심적 변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함으로써 균형 있는 연구지원을 해야 한다. 엔진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뤄지지만 지적 동력은 수천만 명의 생각과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기발한 상상, 삶의 가치와 역사의식, 생활양식에 대한 공통인식이 과학기술과 어우러질 때 사회적 동력으로 응집될 수 있다. 넷째, 연구지원 과제를 선정할 때 기계적 기준에 따른 양적 평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 연구의 ‘양’이 새로운 연구의 ‘질’을 결정하지 못하며 미래 연구는 과거의 기준에 반드시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관행에서 벗어난 엉뚱한 발상이나 과학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적 연구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열쇠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다섯째, 미래지향적 연구지원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고객은 물론이고 전체 사회구성원의 깊은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행정과 의사결정에서 공익 공정 공평 공개의 4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기관통합 과정에는 으레 고객 불편 및 기관 간 차이와 구성원의 이해 상충에 따른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3개 기관 구성원은 과도기의 고객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일을 치밀하게 처리해야 하며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미래 창조에 동참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설립위원회는 구성원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며 어느 쪽에도 부당한 혜택이나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새로 출범할 재단이 21세기 정보사회에 부응하는 선진연구지원 시스템으로 거듭나길 국민 모두가 기대한다. 미래는 생각의 연장이며 상상의 실현이다. 재단이 대담한 생각과 기발한 상상까지 실용화할 수 있는 연구지원 기관의 신기원을 열어가길 기원한다.

배규한 한국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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