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지방의원 도시계획사업 비리 뿌리 뽑아야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1분


노후주택을 재건축하거나 낙후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도시계획사업을 하면서 부동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서울 8개 구청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 23명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이들은 도시계획사업 철거민에게 주어지는 특별공급주택 입주권을 부동산업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넘겼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마련된 주택특별공급제도를 이용해 공무원들이 배를 불린 것이다.

2007년 종로구청 송모 주택과장과 권모 주택계장 등 3명은 특정업자에게 입주권 부여 대상이 아닌 법인소유 임대주택을 일반에 분양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고 수천만 원씩 챙기거나 입주권을 받았다. 건설교통부에 파견돼 있던 대한주택공사 과장은 이 건에 대해 ‘임대주택 분양승인 조건이 된다’는 질의 회신서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았다. 관련 규정이 모호한 특별공급주택제도를 악용하면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지능적으로 ‘법률 세탁’을 한 셈이다.

서대문구청 직원들은 사업자들로부터 승용차를 선물로 받거나 철거 예정인 주택 3채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 1억여 원의 이익을 챙겼다.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사업자를 끼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다.

주민의 이익을 지켜주고 공무원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잇따랐다. 전 서울시의원 구모 씨는 2005년 서울 양천구 마을공원 용지 선정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회사로부터 2억여 원을 받았다. 전현직 구의원 6명은 개발사업 용지 선정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0만∼8000만 원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퍼져 있는 부정부패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도 감사와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올해 양천구청 공무원의 장애인보조금 26억 원 횡령사건에서 보듯이 상급기관의 감시가 느슨해지면 일선 구청과 구의회는 부패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서울시가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을 자랑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구청 비리가 터질 때마다 “시장은 구청장 임명권이 없다”고 하소연하듯 말한다. 구 예산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지급한다는 점에서 감독권을 철저히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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