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상수 원내대표, 무너진 의회민주주의 다시 세우라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어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안상수 원내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기반이 흔들리는 의회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지난해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18대 국회 1년을 돌아보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표출한 민심은 무시되고 전기톱과 해머가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야당 의원들이 82일간 등원과 원 구성을 거부하고 19일간 상임위 회의장과 본회의장을 무단 점거하는 바람에 101일 동안 정상적인 국회법과 의사진행절차가 작동되지 못했다.

민주당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미디어 관계법안을 비롯한 이른바 ‘MB악법’의 극력 저지를 다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런 야당을 상대로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6월 국회는 미디어 관계법안과 비정규직 관련법안, 각종 사회개혁법안 등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연말까지 85개 중점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170석이라는 의석수가 무색할 만큼 야당의 실력저지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1월, 2월, 4월 국회를 거치면서도 무원칙한 후퇴를 거듭했다. 여야 협의에 의한 국회 운영이라는 국회법 규정은 국회에서 충분히 토론하되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다수결에 따른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전제로 한다. 의회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억지와 완력 앞에 무릎을 꿇고 의회의 존재 원리가 부정당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안 원내대표는 원칙에 따라 의회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안 원내대표는 당내 결속을 이루는 구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과 이상득 의원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다시 친이, 친박 논란으로 싸운다면 여당으로서의 구심력은 실종되고 원심력이 커질 것이다. 원내대표가 앞장서 한나라당 내부의 상호 불신과 반목을 해소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줄서기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이번 4·29 재·보궐선거에서처럼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소통이 원활해야 당정청(黨政靑) 간 엇박자로 인한 정책 혼선을 막을 수 있다. 소통과 조정의 중심에 원내대표가 있다. 안 원내대표는 법안 제출 단계부터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여론과 야당에 대한 설득작업을 통해 정쟁이 일어날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가 선진화를 위한 법률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이 정권은 정말 막장으로 밀려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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