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부 부처가 추구하는 정책의 목표와 수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동일 정부 정책에 대한 부처 간 견해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 부처 간 갈등은 필연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 부처의 정책이 일사불란하다는 점 자체가 요즘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개별 정부 부처의 정책 방침이 상이하고 갈등 관계에 있더라도 정부의 전체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조정은 ‘빡세게(?)’ 하되 정부 전체의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자신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심야 학원교습 금지방안 백지화는 우리 정부 ‘정책의 엇박자’를 골고루 갖췄다. 정부 위원회 및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완결되지 않은 하나의 정책 방안이 정부 전체의 정책인 양 알려진 점부터가 문제였다. 시작부터 잘못된 셈이다. 사교육 억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지만 사교육 억제라는 종속변수는 공교육 정상화, 대학 경쟁력 강화, 대학입시제도 정상화 같은 변수가 제대로 작동될 때에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위원회 및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조정 미비로 사교육 억제라는 정부의 의지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이번 논란의 진짜 승자는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기업이라는 비아냥이 바로 그 증거다.
물론 이번 논란은 미래기획위원회가 교육 관료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다. 교사의 78% 정도가 심야교습 금지를 찬성한다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도 있으므로 한나라당과 정부의 결정이 교육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는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급할 때일수록 원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정부 전체의 정책이다. 어느 세월에 부처 간 정책 조율 및 조정을 기반으로 사교육 억제, 공교육 정상화, 대학 경쟁력 강화, 대학입시제도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느냐는 주장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대안 없이 집창촌만 폐쇄한 후 ‘풍선 효과’로 인해 오히려 통제되지 않는 성매매 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정부가 추진하려던 심야 학원교습 금지방안도 공교육 정상화, 대학 경쟁력 강화, 대학입시제도 정상화 정책과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면 새벽 및 주말 학원반이나 고액과외의 기승 같은 신종 사교육 시장 확대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정부 정책은 사전에 부처 간에 ‘빡세게(?)’ 격론과 경쟁을 거치되 일단 결정하면 정부 전체의 미션과 비전이라는 큰 틀 아래서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발표 시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논란, 병원과 학교의 영리법인화 허용 등 수많은 정책이 부처 간 엇박자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통령은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갈 길은 아직도 한참 남아 있다. 지금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하는데 경제 수장은 “내년 봄엔 봄 같은 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이제 이명박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지겹다고 한다. 정부, 나쁜 것은 끊어야 한다. 단, 결심에 그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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