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국정기조 전환論 섣부르다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최근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基調)’를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어제 한나라당 쇄신특위 회의에서 “지지층조차 한나라당을 부자정당, 수구(守舊)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정 기조의 획기적 전환을 주장했다. 앞서 한나라당 초선 의원 91명 가운데 김 의원 등 14명이 참여한 ‘민본21’은 이달 초 “당정청(黨政靑)은 중산층과 서민들로부터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편향된 정책 기조를 바로잡고 민생본위의 정책에 더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의 국정 기조 전환론은 우리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서 모두 적합성이 떨어지는 섣부른 견해다. 이런 패배주의의 목소리는 국가 위상 업그레이드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야당과 좌파세력은 벌써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인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나타났던 좌편향적 국정 기조에 대한 다수 국민의 우려와 반발이었다. 반(反)시장-반기업적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위축시키고 중산층 및 서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 ‘퍼주기식 대북(對北)정책’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커녕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불안을 키웠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킨 노무현 정권의 징벌적 부동산정책, 세금정책, 기업정책이 역설적으로 전국의 집값과 땅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아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기본적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은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다. 한나라당 제3정조위 부위원장 나성린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지난 1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옛 열린우리당의 유산을 그대로 계승하고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인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발언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시장(市場), 자유, 책임, 규제 완화를 키워드로 하는 개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해야 한다. 사회를 부자 대 빈자(貧者)로 가르는 좌파적 논리로 공격하는 것은 도리어 국정 기조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 기조 논란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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