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우즈베크와 ‘말로만 동반자’ 더는 안된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2005년 5월 10∼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돌아가는 길에 우즈베키스탄에 들른 것이었다. 주된 의제는 ‘자원 협력’이었다.

그때 기사를 보면 노 대통령은 10일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하자마자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자원외교’에 나섰다거나, 카리모프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 속에 두 정상이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또 11일에는 고도(古都) 사마르칸트를 시찰했고 아프로시아프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고구려 사신 벽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고구려사는 대외관계에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경도되는 것을 막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치와 독자성을 깊이 인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동북아균형자론’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꼭 4년 뒤인 2009년 5월 10∼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新)아시아 외교 구상’의 하나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였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사전 예고 없이 공항으로 영접을 나오고 이 대통령의 거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파격 의전’을 선보였다. 11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사마르칸트에서 직접 이 대통령을 안내했다.

4년 시차를 둔 전현직 한국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비교하면 몇 가지 단상(斷想)이 스친다. 우선 이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강조한 것은 그동안 양국 간 교역규모의 비약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함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카리모프 대통령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신뢰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가벼이 넘길 대목은 아닌 듯하다. 혹시 지난 정부가 ‘사진 한 번’ 찍고 난 뒤엔 정상간 신뢰 구축에 소홀했던 점은 없었을까. 이 대통령이 “서로 약속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그와 무관치 않을 듯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환대를 받았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운 것은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외교적 노력이었을 것이다. 몇 년 뒤, 한국 대통령이 다시 이 나라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양국 간 동반자 관계는 어떨지, 2009년 극진한 환대 속에 이 나라를 방문했던 이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타슈켄트에서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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