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 교육개혁과 한국교육의 답답한 현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5년간 성적이 부진한 학교 5000개를 폐쇄하고 교장과 교사들을 바꿔 완전히 다른 학교로 개조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1년에 1000개 학교씩이면 미 전체 학교 중 학업성취도가 최하위인 1%를 매년 퇴출시키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 덩컨 교육장관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말로 교육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학생시절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는 교육을 받지 못하면 그 피해가 일생 동안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오바마 행정부 교육개혁의 핵심은 경쟁과 책임이다. 개혁 대상은 ‘만성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나쁜 학교’다. 학교와 교장, 교사들을 경쟁시킴으로써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성과가 나쁘면 전원해고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후원세력인 교원노조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사 성과급과 수업일수 확대를 약속했다. 정권 지지세력에 영합해 안주하기보다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위해 힘든 개혁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취임 넉 달도 안 돼 과감하고도 구체적인 교육개혁 전략을 밝힌 오바마 행정부를 보며 한국의 교육 현실을 떠올리면 답답해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9일 학교장의 교원 초빙권 확대, 교과별 수업시수 자율편성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그러나 우수교사를 데려오려면 무능한 교사를 내보낼 수도 있어야 하는데 교장에게는 인사권이 없어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대통령 산하 미래기획위원회가 교과부를 제쳐놓고 사교육비 절감을 내세워 ‘방과후 학교’와 ‘오후 10시 이후 학원금지’를 몰아붙일 태세이지만 공교육 강화 방안은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좋은 교사들은 봉급을 더 받을 것이고, 실적이 나쁜 교사들은 계속 가르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적격 교사 퇴출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우리는 불량 교사의 퇴출은커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완강한 반대로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도조차 자리 잡지 못했다. 전교조는 학생평가도 매번 훼방을 놓는다. 학생들의 학력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쳤는지를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뚜렷한 철학도, 자신감도 없이 전교조에 휘둘리며 계속 우왕좌왕한다면 미래 세대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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