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정부, 전작권 전환 延期본격 논의해야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군 주도, 한미 공동 행사’에서 2012년 4월 한국 단독행사로 전환하는 일정을 연기해야 할 요인이 점점 늘고 있다.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예비역 장성 60여 명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 것은 안보전문가들로서 우국충정의 발로라 하겠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시간표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우리가 독자적 방어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면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북의 도발을 충분히 억제하거나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자주와 주권의 문제로만 접근해 안보 불안을 초래했다. 노 정부는 “2020년까지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첨단정예군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우리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허풍이었다. 대북전략정보 수집에 필요한 핵심 전력(戰力)인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 도입은 2015년으로, 전투기의 작전 반경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공중급유기 도입은 2014년으로 늦춰졌다. 주한미군의 전력을 대체하기 위한 예산을 단기간에 조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과 연계된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 미2사단 이전도 2015∼2016년으로 미뤄졌다. 또다시 연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목표를 위해 전작권 전환에 동의한 미국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한미의 전작권 전환 준비가 차질을 빚는 사이에 북한은 올 들어 로켓 발사 도발에 이어 2차 핵실험까지 예고했다. 안보환경의 이 같은 악화를 무시하고 전작권을 돌려받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해(自害)행위나 다름없다.

한미 정부는 한반도의 심각한 안보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 양국 정상은 6월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미래전략동맹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작권 전환의 재검토보다 더 급한 현안은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저지른 안보전략의 과오를 시정하겠다는 각오로 전작권 전환의 문제점을 미국에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보위를 책임진 군통수권자의 책무다. 미국도 전작권 전환 연기 사유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안보가 흔들리고는 한미동맹의 의미가 없다. 한미 양국은 최악의 안보상황에 대비한다는 자세로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를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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