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처리’ 검찰총장은 무얼 생각해야 하나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이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깊은 고민에 빠진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심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박연차 사건을 두 달 가까이 조사해온 수사팀은 박 씨가 600만 달러를 청와대에 심부름꾼을 통해 전달하거나 조카사위 계좌로 보낸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거나 적어도 재임 당시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사팀은 구속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상층부는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검찰로서는 기각될지도 모를 영장 청구에 모험을 걸기보다 처음부터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게 속 편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범죄 입증에 자신이 없다면 아예 기소를 하지 않거나 장기(長期)수사에 승부를 걸 일이다. 수사팀이 많은 증거를 확보해 공소 유지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데도 상층부가 몸을 움츠린다면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살 만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70억∼8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지 않은데다 법원이 구속여부 심사 때 고려하게 돼 있는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검찰 나름의 판단도 필요하다.

임 총장은 지난 며칠 동안 전현직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으며 일부 인사들에게 불구속 기소의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때 “영장을 섣불리 청구하면 검찰조직 내부가 분열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양쪽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론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총장 스스로 불구속 의견을 가진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어야 옳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청와대와의 불구속 교감설(交感說),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불구속 주장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국제 신인도(信認度)나 국민 자존심, 전직 대통령의 명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된다. 그러나 대부분 논거가 약한 ‘핑계’일 뿐이며, 검찰에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하라는 잘못된 주문이자 검찰의 독립성을 흔드는 행태다. 그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임 총장은 검찰의 위상과 정치적 중립, 국민의 신뢰가 자신의 한 어깨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고 책임 있는 법적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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