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기세포연구 되살려 바이오 강국으로 가자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어제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생명윤리심의위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해 연구목적임을 명시할 것과 동물실험 위주로 진행해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난치병 환자들이 지나친 희망을 갖지 않도록 하고 배아 파괴 논란을 최소화하라는 주문이다.

차병원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방식은 2005년 난자 과다사용으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 황우석 박사팀처럼 난자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인간복제 가능성과 배아 파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심의위가 승인결정을 내린 것은 미래 성장동력인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황우석 악몽’ 때문에 마냥 묶어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줄기세포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황우석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돼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미국은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금지했음에도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매년 3억 달러(4000억 원)씩 10년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작년 말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척수손상 치료제의 임상허가를 받았고, 실명(失明)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도 임상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교토(京都)대 연구팀이 배아가 필요 없는 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 특허까지 받았다.

어제 생명윤리심의위 결정이 내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주가 급등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황 박사는 2000여 개의 난자를 쓰고도 줄기세포 수립에 실패했다. 이 연구는 그만큼 어렵고 상용화까지 숱한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수한 연구 인력과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연구를 착착 진행시킨다면 선진국 못지않은 실적을 낼 수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바이오 분야 역시 원천기술을 확보한 나라에 최대의 이익이 돌아간다. 세계 줄기세포연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 연구진,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연구진은 그러면서도 윤리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구 수행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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