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보수 vs 진보 밥그릇 싸움된 교육감 선거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로 나섰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주 교수와 전교조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헌법상의 통신 비밀, 사생활 보호, 행복 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교원단체와 교사들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검찰이) 전교조의 내부 후보 선정 과정 및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선거 비용 대여 활동 등의 합법적인 활동을 모두 왜곡했다. 주경복 후보를 지지한 전교조에 대해서 편파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자료도 냈다. 공직선거법 제87조에 따르면 전교조는 단체 또는 단체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보다 3일 앞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진보 성향인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후보 사무실을 격려 방문했다. 유 전 교육감은 지원 유세에도 나섰다. 김 후보는 전교조 충남지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진보진영이 교육계 외연(外延)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정치판이나 다름없다.

보수진영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보수 성향의 한 교육계 인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중앙 언론이 너무 소홀히 다뤄 전교조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에는 잘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에 패한 뒤 보수진영에서는 ‘우리도 뒷짐만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보수진영의 선거 개입 행태도 노골적이다. 엊그제만 해도 전교조의 선거 개입이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교육감 선거가 보수, 진보단체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헌법을 인용하기도 민망하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도 많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취지인 ‘교육자치 구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치권이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 형태로 교육감 선거를 치르자고 할 때마다 교육계는 정치적 중립과 교육자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교육계 행태를 보면 그 주장은 ‘우리 몫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욕심으로만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시도별로 공개됐다. 정치색이 아니라 교육성과에 따라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육 운동도 편 가르기가 아니라 아이들 꿈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그 첫걸음이 29일 충남과 경북도교육감 투표장에서 시작된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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