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근]우주정거장 공동이용 노력을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국내 첫 우주인이 탄생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많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감격적으로 지켜봤다. 우주인 배출사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익은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씨는 수많은 강연을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에 한몫했다.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소리만 요란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들렸다. 8, 9일의 짧은 방문으로 과학실험을 하는 것이 단순 우주여행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우주개발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 씨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다양한 우주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우주에서 임무 전문가로서 활동한 셈이다. 실험에 따라 짧게는 5분, 길게는 36시간 이상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장기간의 우주환경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상에서 무중력 환경을 만들어 실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낙하타워를 건설해 자유낙하를 이용하기도 한다. 항공기의 포물선 비행을 통해 무중력 실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든 지상이나 항공기 비행에서 무중력 환경을 얻는 시간은 2∼25초에 불과하다. 무중력 환경을 15년 이상 지속해서 얻을 수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은 비교할 수 없는 무중력 실험실인 셈이다.

2010년 완공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은 여러 목적을 갖고 있다. 우주환경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무중력 상태에서 생명체의 변화와 물질의 거동은 제조업이나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균일한 물질의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우주여행도 하고 우주식민지도 건설할 것이다. 우주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장기간 우주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우주 진출에 대비한 징검다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수행한 우주과학 실험은 무중력 상태에서 식물 발아 및 생장, 세포 배양, 노화 유전자, 심장 활동과 같은 생명과학 분야가 주류였다. 우주와 지구에서 동시에 식물을 기르며 비교할 수 있는 장비가 콩이나 무 씨앗과 함께 실렸다. 우주인의 지구 귀환 이후 18가지 과학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후속 연구가 있었는지, 어떤 활용이 이루어졌는지는 언급이 없다. 현실적으로 8, 9일간의 실험으로 완벽한 연구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장기간 우주환경 노출에 따른 영향이 중요한 실험도 많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작년에 수행한 우주과학 실험 결과의 상당수가 후속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은 자체로서 의미가 있었다. 이벤트성이라는 여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실험결과에 대한 연속성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불행히도 우리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은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몇몇 국가는 우주정거장 모듈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3국과의 공동연구를 허락한다. 우주과학 실험 후속 연구를 위해 이를 공동 이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주인 배출사업이 우주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또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전환점이 되고 미래 우주탐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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