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공일]G20회의 ‘재정확대 공조’ 합의를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G20은 주요 7개국(G7)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시한 주요 신흥경제국을 포함하는 20개국의 모임이다. 이들 나라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지구촌의 유지(有志) 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 제1차 G20 정상회의 이래 영국 브라질과 함께 이 그룹의 좌장단으로서 런던 정상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를 정하고 각국 간의 견해차를 조정하는 역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번 워싱턴 제1차 회의에서 G20 정상은 당면한 금융위기 극복과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각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재정확대 조치를 폄과 동시에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감독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과 총론에 합의했다. 이와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새로운 무역장벽을 쌓지 않겠다는 스탠드스틸(Standstill)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작년 정상회의 때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세계는 금융위기와 심한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는데도 G20 중 상당수가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번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위기 극복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점검과 심도 있는 분석을 기초로 좀 더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시급한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의 재정정책 규모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재정확대 시책이 국제공조를 통해 동시다발로 이뤄질 때 경기부양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신뢰회복 없이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재정·금융정책의 효과도 충분히 나타나기 힘들다는 점에 유의하여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자는 정상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며칠 전 런던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1990년대 말의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부실자산 처리방안을 영국과 함께 제의하고 G20 국가 모두가 참고하길 권고한 바 있다.

다음으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도 배격하겠다는 정상들의 재확인이 있어야 하겠다. 이는 WTO의 무역규범에 ‘법적으로는’ 위배되지 않는 조치뿐만 아니라 무역을 왜곡시킬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에 관해 합의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금번의 세계적 금융위기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 규제·감독체제 개혁과 IMF를 포함하는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 및 역할 개혁에 관한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문제의 복잡성과 이해상충으로 이번 런던회의에서 쉽게 중론을 모으기 힘든 이슈들은 ‘전문가 그룹’으로 하여금 다음 회의에 보고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최빈국과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재원을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중앙은행 간의 통화스와프도 늘려야 한다는 데에 정상 간 합의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세계는 전대미문의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거는 세계인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인의 기대에 부응하여 세계경제의 회복을 하루 속히 앞당길 수 있도록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좀 더 실천 가능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사공일 G20기획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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