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初任級 법관의 단독 판결, 국민 신뢰 받을 수 있나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법률의 해석에는 법률지식뿐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보는 법관의 눈이 담긴다. 법조문은 똑같지만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관은 자신의 가치관 경험 지식 이념 출신지역 종교 성(性) 세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재야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가 법관이 된다. 대륙법계의 경력법관제를 택한 우리나라에서는 법관 경력 6년차(법무관 출신은 3년차)부터 지방법원의 단독판사가 될 수 있다. ‘촛불시위’ 재판을 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배석판사를 5년 한 것이 단독판사 경력의 전부다.

기자들도 젊은 나이에 주요 부처를 취재해 영향력이 큰 기사를 쓴다. 그렇지만 언론사에서는 연륜(年輪)이 있는 데스크들이 젊은 기자들이 쓴 기사의 모자람을 걸러내는 게이트 키핑(문지기 역할)을 한다. 사법부에서는 대법원장이나 법원장도 사법행정 사무의 지휘 감독자일 뿐 법관의 재판에 간섭하지 못한다. 젊은 단독판사들의 재판에 법원장이나 선배 법관이 게이트 키핑을 하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게이트 키핑이 불가능한 단독판사일수록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려야만 너른 공감을 살 수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사회적 파장이 큰 형사 단독 사건은 고등법원합의부 배석과 재판연구관을 거친 부장판사급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서울중앙지법에는 부장판사급 단독판사가 두 명 있지만 더 늘려야 한다.

촛불 재판을 둘러싼 갈등을 사법부의 진보 보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촛불 재판을 한 단독판사에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관련된 법관은 한 명뿐이다. 파문을 주도한 판사들은 이 모임과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념 대립이 아니라 세대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젊은 판사들의 미숙한 정의감, 그리고 젊은 법관들과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법원장의 충돌로 빚어진 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촛불시위 주동자에게 보석을 허가한 단독판사는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목적이 숭고한데… 대안이 없었을까” 같은 말로 피고인에게 동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대법원은 진상조사와 징계위 논란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법부 판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연구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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