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바닥 탈출’은 섣부른 진단

  • 입력 2009년 3월 18일 02시 59분


경기부양 처방 더 필요

이번 글로벌 위기의 지속 기간은 ‘3년 이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짧게 보면 경기 및 자산시장의 과도한 침체기가 지난 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의 효과가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나올 만한 악재는 이제 거의 다 나온 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탈출을 예단하긴 아직 이른 시점이다. 일부 경기지표의 반전 가능성과 무관하게 장기간에 걸친 체감경기의 악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실물 경기에 선행하는 금융시장에선 최근 미세한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우선 그동안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주로 중앙은행의 대출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자본 확충으로 바뀌면서 금융기관의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본 자체를 늘려주면 금융기관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돈의 회전 속도도 빨라진다.

두 번째로, 누적돼 온 각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미약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다. 소비 감소가 주춤하고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또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가 시장의 신뢰를 일부 회복한 점도 긍정적이다. 세 번째로, 동유럽 위기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최근 유럽 금융시장이 안정 조짐을 보이는 것도 심리 회복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번 주부터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의 주가가 지난주를 고비로 안정을 찾았다. 특히 금융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늘어난 것은 그런 변화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나 기업의 리스크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그동안의 지나친 위기감에 따른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 아직 미국의 주택경기는 하강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금융기관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즉 지금의 반등세는 이미 집행된 위기 처방에 대해 시장이 반응하는 것일 뿐, 향후 추가로 발생할 문제를 얼마나 반영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는 극단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국은 정책 대응을 위한 약간의 시간도 벌었다. 그렇다면 향후 관심은 경기 침체의 속도와 수준에 있다.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빠른 구조조정이 불확실성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 위기로부터의 탈출 가능성과 가변적인 경기침체의 향방을 고민하며 시장은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한국만 빠르게 탈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위기는 글로벌 위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는 같은 방향으로 간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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