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재윤 구하기’에 모처럼 하나 된 金배지들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국회의원 160여 명이 병원 설립 로비 대가로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6일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법원에 제출했다. 그날 오후 담당판사는 김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국회의원의 연명(連名) 탄원이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지만 여러모로 적절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어 행정과 사법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회의원 정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수가 서명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으니 담당판사가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아닌 공직자가 3억 원을 받았으면 중형감이다. 법치국가에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형사상 특혜를 받을 수는 없다.

한 달 전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위해 의원 105명이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2심 재판부에 낸 적도 있다. 본란(2월 14일자)에서 지적했듯이 재판부에 대한 의원들의 집단 탄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작년 9월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번 김 의원 탄원에 대거 동참했다. 문 의원 탄원서에 서명한 한나라당 의원은 4명뿐이었으나 김 의원 탄원서엔 50여 명이 서명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법대로’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는 폭력까지 휘두르며 다투던 여야 의원들이 범법 혐의의 동료 구하는 일엔 물불 안 가리고 함께 달려드는 모습은 ‘뒷골목의 의리’를 닮았다. 이러고도 국회에서 벌어진 무법 폭력사태에 대해 법대로 처리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명색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행태가 이 모양이니 국민을 향해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말하기도 어렵게 됐다. 국회의원들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법치를 바로 세우고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꿈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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