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21세기의 세종대왕

  • 입력 2009년 3월 6일 19시 56분


9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할 미국 군함 가운데 존 S 매케인이라는 이름의 8800t급 이지스함이 있다. 지난해 미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존 S 매케인 3세의 할아버지(존 S 매케인 시니어)와 아버지(존 S 매케인 주니어)가 함명(艦名)의 주인공이다. 매케인의 조부와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해군제독이었다. 부친은 태평양함대사령관, 조부는 항공모함 함장을 지냈다. 매케인함은 매케인 가문의 가훈이기도 한 ‘Fortune favors the brave(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사람의 편이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영웅을 기억하는 것이 미국의 힘

지난해 일본 요코스카 항에 정박 중이던 매케인함을 방문했다. 매케인 가문으로서도 매케인함의 내력이 영광스럽겠지만 조국을 위해 대를 이어 헌신한 전쟁영웅들의 이름을 붙인 군함도 빛났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영웅들을 기리고 후손들은 자랑스러운 선조들을 모델 삼아 헌신을 다짐하는 나라.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과 미군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힘의 근원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군사력의 핵심인 무기와 사기(士氣)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미군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매케인함과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7700t급)이 키 리졸브 연습 기간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미 연합훈련 데뷔가 세종대왕함의 첫 임무가 된 것이다. 매케인함은 한 가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담고 있지만 우리 이지스함은 15세기 조선의 국태민안(國泰民安)과 문화 과학 융성을 이끈 성군(聖君)을 모시고 있다. 세종대왕함 승조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미군보다 못할 까닭이 없다.

‘꿈의 함정’으로 불리는 이지스함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미군과 연합훈련을 하게 되기까지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국민도 가슴 뿌듯하다. 현대식 군함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장비와 무기 체계가 탑재된다. 국력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함(對艦) 대공(對空) 대잠(對潛·대잠수함)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 22일 부산 작전기지에서 취역식을 갖고 작전 배치된 최신형 모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5번째 이지스함 보유국이 된 것 자체가 국가적 자랑이다.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우려되는 비상 상황이어서 세종대왕함의 존재가 더욱 듬직하다. 세종대왕함은 SPY-ID(V)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해 1000여 개의 표적을 탐지, 추적하고 그중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최대 음속의 8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대포동 2호 같은 탄도미사일의 궤도와 탄착지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춰 적에게 노출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5인치 주포와 근접방어 무기체계인 골키퍼, 120여 기(基)의 함대함과 함대공 미사일, 장거리 대잠어뢰도 갖췄다. 세종대왕함은 국민이 북한의 ‘시리즈 도발’ 위협에도 동요하지 않게 하는 든든한 안전판 역할도 하고 있다.

北위협증대에 더 절실해진 자주국방

북한은 키 리졸브를 북침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지만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북한이 또다시 남침할 경우를 상정해 한국군이 1차로 방어하고 이어 미군이 증파돼 북한군을 격퇴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키 리졸브의 기본 개념이다. 연례적으로 하는 방어연습이어서 지난달 18일 북한에 훈련 내용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야말로 아직도 적화(赤化)통일을 위한 남침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유사시 대비 방어훈련을 하는 한미를 향해 ‘전쟁’ 운운하는 것이 아닌가.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한미 이지스함의 만남은 자주국방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준다. 세종대왕이 21세기 후손들에게 부국강병을 독려하는 것 같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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