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모델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국회가 중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견해차로 꽉 막힌 속에서도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는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정장선 위원장과 김기현 한나라당 간사, 최철국 민주당 간사가 중심이 돼 합리적인 토론과 협의를 통해 생산적인 입법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폭력국회, 정략국회란 오명 속에서도 의원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다를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다루는 자세가 단적인 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5+2 광역경제권’ 지원방안을 담은 이 법안을 당초 반대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과 양당 간사들은 지난해 11월 일단 상정해놓고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고 이를 중점법안에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경부 공무원들을 광주시와 전남도에 내려 보내 지역 숙원사업을 최대한 수용토록 배려했다. 민주당이 반대 방침에서 선회할 명분을 준 것이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연말연시에 국회가 파행할 때도 지경위를 정상 가동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국회가 본연의 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여야 의원들의 뜻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지경위의 이런 모습은 논란 많던 추경예산 편성요건과 종합부동산세법을 여야 간 합의로 무리 없이 고친 기획재정위(기재위)와 함께 18대 국회의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다.

두 상임위는 교육과학기술위(교과위)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와 대비된다. 교과위는 9개월째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용 의혹과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사학분쟁조정위원 해촉 등을 둘러싸고 불출석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문방위는 미디어 관계법안 22건을 25일 직권상정하긴 했으나 여야 대치로 순조로운 논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5일 현재 상임위별 접수법안 대비 처리법안 비율도 지경위와 기재위가 각각 31.5%, 44.7%인 반면 교과위와 문방위는 7%, 12.7%에 불과하다.

전문적 식견과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보려는 의원들로 구성된 상임위가 있다. 법안 내용도, 시대 흐름도 파악하지 못한 채 법안 상정과 토론조차 막으려는 의원들이 운영하는 상임위도 있다. 이들 두 갈래 상임위는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도에서 하늘과 땅 사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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