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말싸움 일관 ‘대정부질문’ 개선 의지 있나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나흘간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18일 끝났다. 발언대에 선 의원들의 자극적인 공격, 고함과 야유, 삿대질, 그리고 각료들의 피해가기 답변은 여전히 그대로인 채.

새삼 개탄할 일이 아닐지 모른다. 국정 운영의 전반적 방향과 종합적 시스템을 점검한다는 대정부질문 본래의 취지는 퇴색된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의사정족수(재적 5분의 1 이상)만 겨우 채운 채 대부분 비어 있는 본회의장 의석은 이제 언론에서도 식상한 사진 취재거리가 됐고, 자신의 지역구 현안을 소관 부처 장관도 아닌 국무총리에게 따지는 의원도 여전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답변하거나 아예 동문서답을 하는 총리와 장관은 과거와 별로 다를 바 없다. 고압적으로 의원을 훈계하고 야당을 조롱하던 총리는 없지만 말이다. 사전에 원고를 받아 여당 의원과 마치 짜고 하듯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각료도 그 모습 그대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며 “장관들이 하루 종일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게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주요 정책은 대부분 여러 부처가 연계돼 있다. 따라서 한두 개 부처의 정책만을 다루는 상임위에서는 큰 틀에서 주요 정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정부질문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정부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여야 정치공방의 장으로 활용될 뿐이다. 2003년 일방적으로 연설을 하던 대정부질문 방식을 일문일답식으로 바꿨지만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야당은 정부 정책을 공격하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 것이 대정부질문의 존재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다 보면 공방도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여야가 내용이 충실하고 건설적인 공방을 벌인 게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1월 보고서에서 ‘대정부질문을 연 1회로 줄이는 대신 긴급현안질의를 늘리고, 총리에 대한 질문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각 부 장관에 대한 질문은 소관 상임위의 정책청문회 형식으로 대체하자’는 개선안을 냈다. 하지만 또다시 ‘입법전쟁’을 벌일 태세인 여야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여유나 있을지 모르겠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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