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위기상황, 재빠른 조치가 성패 가른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위기관리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근거없는 희망은 독… 현실 냉혹히 읽어야”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 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드물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사진) 에게서 위기관리 노하우와 성공 사례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글로벌 PR 컨설팅사인 에델만 한국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하는 코칭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관리란 얼마나 중요하며 국내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은 어떤가.

“아직도 많은 기업은 위기가 터지기 전에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위기를 겪고 난 후 실패를 ‘학습’할 생각도 안 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닥칠 위기에 대해 미리 상상하거나 이미 발생한 위기를 다시 들여다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는 병에 걸리는 게 끔찍해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선진기업들은 CEO를 중심으로 위기 시나리오를 짜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해 오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한 번의 위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29번의 유사 사건과 300번의 잠재 징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위기의 징후를 발견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눈감아 버린다.”

―위기 발생 시 늑장 대응으로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많다.

“위기 상황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기다릴지, 빨리 의사결정을 내릴지 갈등을 하게 된다. 미국의 4성 장군이던 웨인 다우닝은 “(위기 상황에서는) 지금 75%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1시간 뒤에 99%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보다 언제나 낫다”고 말했다. ‘골든아워(golden hour)’라는 표현은 원래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초기 60분 동안의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위기관리에서도 24시간 내의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달 미국 뉴욕 상공에서 US항공 소속 여객기가 새 떼에 부딪혀 엔진이 고장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은 비행기를 허드슨 강 수면에 무사히 착륙시켜 155명의 생명을 구하고 영웅이 됐다. 엔진이 고장 난 때부터 그가 착륙을 시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노하우가 있다면….

“큰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주도적으로 사건을 리드하는 ‘위기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비자나 언론과 같은 제3자가 자신의 사태를 이끌고 가도록 방치하면 실패한다.

지난달 30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의료계 양심 바이러스 확산’이었다. 내과 의사를 중심으로 논문의 이중 게재를 스스로 밝히고 게재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의사처럼 잘못된 관행이 실제 위기 사건으로 발전하기 전에 먼저 탈피하는 것은 대표적인 이슈 관리 방법이다.

또 문제의 극복 조치에 초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 사건이 터지면 해명과 변명으로 초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할 수 있다. 위기 리더십을 가진 기업들은 이른 시간 안에 위기 극복 조치를 내놓고 이에 집중한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조직도 있다.

“위기 상황을 읽어 내는 데에는 ‘희망적 시각’이 리더의 판단력을 흐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CEO가 ‘그렇게까지 잘못되겠어?’라는 희망에 기대 판단을 내렸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가끔 있다. 현실을 냉혹하게 읽어야 한다.

2000년 P&G는 주가가 곤두박질쳐 시가총액이 740억 달러에 불과했다. P&G의 CEO인 앨런 래플리는 7년 만에 P&G를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가 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자신이 행한 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주시하는 능력’을 꼽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위기는 ‘리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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