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 부족, 국가적 난제다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 분쟁’이 심상치 않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남강댐 물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용담댐 물 사용에 관한 전북도와 대전시·충남도의 대립도 계속되고 있다. 주요 하천의 오염 확산과 물 사용량 증가에 따른 식수(食水) 부족으로 1999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전국에서 52건의 물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눈앞의 갈등 해소는 물론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는 지금 수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터키와 시리아, 앙골라와 나미비아,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중국과 인도,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국가 간 물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대량학살이 벌어진 수단 남부 다르푸르의 비극도 물 부족과 이에 따른 농지 축소가 주된 원인이다. 유엔은 21세기 중반에는 60개국에서 70억 명이 물이 모자라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자원 갈등은 테러나 에너지 부족 못지않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2006년 건설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가용(可用)수량은 1512m³다. 1인당 가용수량이 1000∼1700m³면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 연평균 강수량 가운데 이용되는 물은 27%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어느 선진국 못지않을 정도로 마시고 씻고 음식 만드는 데 물 낭비가 심하다.

물이 부족해질수록 지자체 간 분쟁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당장 올겨울의 심각한 가뭄은 갈등을 부채질할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물 관련 기본법을 제정하고, 필요하다면 수자원을 통합 관리할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대책 마련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깨끗한 물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 중 3분의 2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만큼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저장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물 비축에 도움이 되는 댐 건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되 객관적 근거가 약한 반대에 휘둘려 시간만 끌어서는 안 된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주요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도 ‘발등의 불’이 된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낭비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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