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규덕]클린턴 장관에게 전해야할 메시지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힐러리 클린턴 신임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향후 한국과 미국 양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시험장이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위협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방한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는 가운데 우리 외교안보팀은 단순한 상견례의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전략적 입장이 무엇인지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한미 전략동맹 장기비전 제시를

지난해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 간에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을 선언했지만 어떻게 전략동맹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

미국 측에서는 전략동맹을 위해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방한에서 최소한 이런 가능성들만 타진한다면 성공적인 만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전략동맹이란 개념에 살을 붙이고 실천계획을 만드는 일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몫이다. 그러나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구체적인 선물을 주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우리의 전략적 비전과 의지를 밝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 북한 문제나 국제안보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신감과 상상력을 보여주면 된다.

클린턴 장관에게 전해 줄 메시지는 간략할수록 좋다. 한국이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운영방식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하면 된다.

이명박 정부 실용외교의 비전과 전략이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보여주되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가치 실현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오바마 정부가 강조해 온 직접 외교에 대한 우려를 밝혀둘 필요가 있다. 적대 국가들에 대해서도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는 한반도의 불안정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계의 기본 토대를 붕괴시킬 것이란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최대한 협조했지만 부시 행정부 말기 미국의 대북접근 자세는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검증의 3원칙 즉 모든 핵물질을, 완전하고, 만족스럽게 신고한다는 원칙에 미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스스로 양보해 갔는지, 또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편의적 접근이 어떤 위험한 결과를 낳았는지 가감 없이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

원칙 벗어난 대북 직접외교 지적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워싱턴 현지에서 만난 민주당 인사들은 북한에 두 번 속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클린턴 장관의 대북정책이 일반의 예상만큼 진보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남공세와 미사일 발사위협 등은 미국 조야에 섣부른 대북접근 노력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첫 번째 조치가 대북 경제제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돈줄을 조였던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유임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정부는 오바마 정부 내 낙관주의적 요소를 경계하되, 북한개발과 재건에 대한 포괄적인 장기비전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결단이 왜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한지를 자신 있게 설득해야 한다. ―워싱턴에서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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