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섬진강, ‘세계의 名江’ 될 수 있다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전북 팔공산에서 발원해 전남과 경남의 도계(道界)를 이루며 광양만으로 흘러가는 섬진강은 풍광이 수려하고,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산자수려(山紫水麗)한 강이다. 강 길이(212km)로 보더라도 낙동강 한강 금강에 이은 4대 강이다. 섬진강 일대의 인구가 적은 데다 지역적 고려를 하다 보니 훨씬 짧은 영산강(115km)이 4대강 정비사업에 편입된 셈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정비 마스터플랜을 5월에 발표할 때 섬진강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정 장관은 “섬진강은 수량도 비교적 많고 보존도 잘된 강”이라며 친수(親水) 공간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실상부한 4대강인 섬진강이 뒤늦게나마 국토부의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는 것은 다행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섬진강을 잘만 정비하면 지리산을 끼고 화엄사 연곡사(전남 구례), 쌍계사(경남 하동) 같은 문화재와 어우러져 세계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고 박경리 씨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마을은 섬진강가에 자리 잡고 있다. 토지에는 하동 포구를 지나온 목선들이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평사리 나루터에 닿는 모습이 나오지만 지금은 하상(河床)의 퇴적과 육상교통의 발달로 섬진강 수상운송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지만 지리산 계곡을 흐르는 물이 섬진강으로 흘러들면서 1급수에만 사는 은어들이 노니는 모습이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섬진강 정비사업은 아름다운 경치와 청정한 물을 보존하는 환경친화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둘 일이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은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을 노래했다. 이런 자연을 그르쳐 놓을 바에야 정비사업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에 나오는 가사처럼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을 ‘세계의 명강(名江)’으로 가꾼다면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화합과 낙후한 일대 주민의 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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